'축산업계 마켓컬리' 떠오른 정육각…초신선 돼지고기 당일배송에 인기
오후 10시, 내일 아침식사 재료로 필요한 1등급 이상 돼지고기를 바로 살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정육각’ 사이트에 들어가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신선식품의 새벽배송 시대를 연 ‘마켓컬리’의 정육점 버전인 셈이다. 정육각은 도축한 지 4일 미만인 돼지고기만을 판매해 축산물의 생명인 신선도를 보장한다는 전략을 펴고 있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KAIST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김재연 정육각 대표(28)는 돼지고기 마니아다. 그는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유학을 앞두고 있던 2015년, 3주일 동안 고기 ‘먹방’ 여행을 다녔다. 그러다 문득 도축장에서 바로 산 고기 맛이 궁금해졌다. 도축장에선 소매 판매를 하지 않아 고기 25㎏을 한꺼번에 샀다. 평소 먹던 고기 맛과는 확연히 달랐다. 잡내가 없고 육즙이 풍부했다. 김 대표는 이후 도축장에서 고기를 사다가 직접 썰어 온라인을 통해 소량씩 판매했다. 하루 종일 고기를 썰어야 할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김 대표는 유학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2016년 정육각을 설립, 축산물 판매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정육각의 콘셉트는 ‘도축 4일 미만’ 원칙을 내세우는 ‘초신선’이다. 이를 위해선 유통 과정을 대폭 단축해야 했다. 보통 마트에서 파는 고기가 도축한 지 최소 10일이 넘는 이유는 유통 과정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대표는 육가공 공장을 세웠다. 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농장에서 고기를 받아 정육각 공장에서 가공한 뒤 바로 배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소비자 주문부터 배송 출고까지 2시간 안에 마무리하는, 당일 배송을 원칙으로 할 수 있게 됐다. 오전에 주문하면 그날 오후에, 밤 11시 이후에 주문하면 다음날 이른 아침에 소비자가 받을 수 있다. 주문과 동시에 가공하는 ‘온디맨드(on-demand)’라 재고 걱정도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돼지고기 외에도 당일 도계한 닭고기, 부위별로 숙성시킨 소고기, 당일 닭이 낳은 달걀, 당일 착유한 우유 등도 판매한다. 재구매율이 80%에 달한다.

김 대표는 올해 안엔 서울에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다. 이달 중순부터는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에서 주문 한 시간 안에 받아볼 수 있는 배송을 시작하고 이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다. 정육각은 지난 3월 라이트하우스컴바인 등 벤처캐피털 네 곳으로부터 4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