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가 26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가 26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준 국세청장 후보자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해 세무조사를 세심하고 신중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저해하지 않도록 세무조사 건수를 지속적으로 줄이고 컨설팅 위주의 간편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납세자보호위원회를 중심으로 세정 집행의 외부 통제를 강화하고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 기업을 투명하게 선정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미래 성장동력인 창업·혁신 중소기업 등은 세무 부담을 줄여주고 맞춤형 정보 제공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엔 결코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국세청이 정치적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지적에 “정치적 세무조사 요청은 직(職)을 걸고 거부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질의엔 “세무조사로 거두는 세수는 전체의 2%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세무조사로 모자란 세금을 더 징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상속세율 인하와 관련, 김 후보자는 “(세율 인하가) 충분히 일리가 있다”면서도 “나라별로 특수한 상황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조사통’으로 불리는 김 후보자는 지능적·악의적인 탈세 행위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산을 은닉한 채 호화 생활을 하는 고액 체납자들이 국민에게 박탈감을 주고 있다”며 “악의적 체납자에 대해 강력 대응하고 내년부터는 일선 세무서에서도 체납자 조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최근 사망설이 나온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은닉 재산과 관련, “철저하게 환수하기 위해 추적 중”이라고 했다. 정 전 회장은 2225억원의 세금을 체납해 ‘고액 체납자’ 중 부동의 1위다. 김 후보자는 “주류 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개정안을 보완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시행일을 미루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류시장에서 불법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도입하는 ‘쌍벌제’ 시행이 다소 늦춰지게 됐다. 여야는 이날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