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대북 식량지원 계획에 따라 북한으로 보내기로 한 쌀 5만t은 2017년 수확한 것이다. 정부는 그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쌀을 시장에서 사들였고 이는 쌀값이 폭등하는 원인이 됐다.

2017년 9월 김영록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37만t의 쌀을 정부가 매입(시장격리)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정부는 식량안보를 위해 매년 35만t 안팎의 공공비축미를 매입하는데 이와는 별도로 37만t을 추가로 사들여 총 72만t을 시장에서 거둬갔다. 37만t은 수확기 격리량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이 조치가 시행되기 전 생산된 2016년산 쌀은 산지가격이 한 가마니(80㎏)당 12만원대였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에서 쌀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2017년산 쌀 가격은 고공행진했다. 2017년 10월 15만원대에서 시작해 이듬해 3월 17만원대에 진입했고 9월에는 18만원에 근접했다. 치솟은 쌀 가격은 2018년산에도 영향을 줘 현재는 19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정부가 2017년산 쌀을 대량 매입했을 때부터 야권을 중심으로 “대북 지원을 염두에 두고 사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쌀 가격이 사상 최고인 19만원대를 기록하자 인터넷과 SNS 등에는 “정부가 북한에 쌀을 몰래 보내 창고에 공공비축미가 남아있지 않다” “정부가 북한산 석탄과 쌀을 맞바꿨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돌았다.

그때마다 정부는 “정부가 쌀을 매입한 건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이지 북한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에 보내기로 한 쌀이 공교롭게도 대량 매입으로 가격 폭등의 단초가 된 2017년산이라는 게 알려지며 정부도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 지원용 쌀이 2017년산이 된 건 우연의 일치인데 국민이 인터넷에서 떠돌던 괴담을 사실로 받아들일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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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왔습니다=한국경제는 지난 6월21일 ‘北에 쌀 5만t 보낸다는 정부…2년 전 소문이 현실로?’라는 제목으로, 2017년 쌀 가격폭등의 단초가 된 정부의 쌀 대량매입과 올해 대북식량지원 계획에 관하여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정부 보유 양곡의 수급, 비축미의 품위 등을 고려하여 2017년산 쌀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였고, 최근 3년(2017∼2019년) 동안 이루어진 해외원조에도 보관 2년차 물량을 활용해왔으며 2017년 쌀 시장격리와 이번 대북식량지원은 무관함을 알려왔습니다. 또한 2017년도에 유통된 쌀값은 과거 20년 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락하여 농가 소득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시장격리를 추진하였으며, 정부의 시장격리, 쌀 생산량 감소, 농가의 출하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쌀값이 상승하였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