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비정규직 연구인력들이 하나둘 짐을 싸고 있다. 인건비가 한정된 국책연구기관들이 정부가 추진한 ‘정규직 전환’ 정책에 ‘극소수 전환·대부분 해고’로 대응한 결과다.

무리한 정규직 전환 탓에…쫓겨나는 비정규직 석·박사
4일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경사연 소속 26개 국책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연구인력은 지난해 1211명으로 1년 전(1960명)에 비해 38.2% 급감했다. 지난 4월 기준으로는 955명까지 줄었다. 2년 만에 절반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이들이 연구원을 떠난 건 정부가 인건비 지원 확대 등 보완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정규직 인건비가 비정규직보다 많은 만큼 ‘전원 정규직 전환’은 애초에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작년에만 비정규직 연구인력 71명을 내보냈다. 당시 비정규직 연구인력의 60~70%에 달하는 수치였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위촉 연구원과 단기 계약직 연구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돌리면 급여조차 못 줄 정도로 살림이 빠듯해진다”며 “기획재정부에 인건비 지원이 가능한지 물어봤지만 ‘알아서 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해고된 이들은 주로 단기 계약직 연구원이거나 위촉연구원이다. 대부분 석·박사급 인력으로, 정부 및 외부 단체 등이 발주한 1~3년짜리 단기 연구 프로젝트를 따낸 뒤 직접 연구를 수행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 연구기관 간 경쟁 촉진을 명분으로 출연금을 줄이자 기관마다 수탁 과제 비중을 늘리면서 위촉연구원 채용을 확대했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주요 정책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오히려 ‘정규직 전환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