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불예금·MMF·CMA 등
부동자금 982조원 넘어

안전자산으로 도피 심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부동자금이 100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개월 새 40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의 결론이 어느 정도 나올 때까지 투자를 유보하는 이들이 많아져서다.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 추진 루머도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일부 자금은 금, 달러 등 안전자산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본지 5월 18일자 A1, 5면 참조

경기 불안·저금리에…'갈 곳 잃은 돈' 1000兆 육박

대기성 자금 4개월 새 급증

26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부동자금은 지난 3월 현재 총 982조1265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937조4489억원에서 4개월 만에 44조6776억원 늘었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현금통화가 106조4468억원이었다. 이밖에 △요구불예금 233조5258억원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539조2073억원 △MMF는 53조325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협회가 통계를 내는 CMA 잔액은 49조6216억원이었다.

이들 상품에 들어간 돈을 ‘부동자금’으로 분류하는 것은 관망 성격이 크기 때문이다. 일정 자산에 돈을 붙박아 놓기엔 국내외 경기 변수가 너무 많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국내외 증시는 미·중 간 무역 갈등으로 변동성이 커졌다. 국내 부동산 시장은 지난해 나온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등으로 열기가 가라앉은 상태다.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작년 10월 9만3000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 지난달 5만7000건까지 떨어졌다. 계속되는 저금리 상황도 부동자금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한 은행 임원은 “당장은 별 이익을 내지 않더라도 시장의 방향성을 우선 지켜보겠다는 움직임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 매입 문의도 급증

달러, 금, 채권 등 안전자산에 자금을 묶어놓는 수요도 늘었다. 경기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이뤄지면서 가치 변동이 적은 자산을 찾으려는 심리가 커졌다.

신한·국민·우리·KEB하나·농협 등 대형 은행 5곳의 달러화 정기 예금은 한 달 새 6400만달러 늘어나 이달 22일 기준 129억27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금 거래량도 늘었다. 한국거래소(KRX) 하루 평균 금 거래량은 이달 들어 33.5㎏(24일 기준)을 기록했다. 지난 3월 17.2㎏에 비하면 두 달 새 두 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민간 금 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의 골드바 판매량도 지난 4월 177㎏에서 이달 22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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