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금통장 가입 등 '金테크' 바람

경제 불안에 "골드바 매진"
"부동산·주식·현금 다 불안하다"…안전자산 金으로 '錢의 피난'

직장인 이성민 씨(35)는 지난달 ‘금 통장’에 가입했다. 소액으로도 금을 매입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흔들렸다. ‘금 통장’은 대표적인 금 간접투자 상품이다. 금 실물을 사지 않고도 계좌에 예금만 하면 자동으로 금값과 연동돼 잔액이 바뀐다. 이씨는 “경기 전망이 불확실해 주식에 넣었던 돈을 빼 금 통장으로 상당 부분 옮겨 놓았다”고 했다.

은행을 통한 금 간접투자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 투자 통장을 출시한 3개 시중은행(신한, 국민, 우리)의 가입 계좌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 20만4040개를 기록했다. 2000년대 은행들이 금 투자 통장을 처음 선보인 이래 최다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국내에서 불거진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논의도 불을 지폈다. 국제 금 시세는 지난해 8월 트로이온스당 1170달러 선에 머물다 최근 1300달러 선에 근접했다. 금을 직접 사려는 수요도 몰려 물량 부족으로 골드바(금괴) 판매가 일시 중단되는 일도 벌어졌다.

경제 불확실성에 金바람 분다

"부동산·주식·현금 다 불안하다"…안전자산 金으로 '錢의 피난'

한 시중은행의 서울 청담동 지점 프라이빗뱅커(PB)인 A팀장은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골드바(금괴)를 살 수 있느냐는 문의를 받는다. 국내외 경제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가 주식, 채권보다 더 안전한 자산을 찾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실물자산인 골드바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을 통해 골드바를 사면 수수료(4~7%)가 드는 대신 품질보증서를 받을 수 있다. 되팔 때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수요가 늘면서 매매 계약을 맺은 소비자가 실제 골드바를 받는 기간도 종전 사흘에서 2주일로 늘었다. 미니바(100g 이하 소형 금괴)는 아예 공급회사 물량이 소진돼 이번주부터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소비자들이 ‘금 테크’에 주목하는 것은 경기 변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중 간 무역 분쟁뿐 아니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이 글로벌 자금 이동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엔 국내에서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논의까지 나오며 현금가치 변동 가능성에 불안을 느낀 자산가들이 금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투자하나

"부동산·주식·현금 다 불안하다"…안전자산 金으로 '錢의 피난'

금에 투자하는 방법은 직간접 방식으로 나뉜다. 골드바를 사서 보관할 수 있는 방식이 직접투자로 분류된다. 서울 종로 등 금은방이나 한국금거래소 등의 민간 유통업체 또는 시중은행을 통해 거래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KRX)를 통한 투자도 가능하다. 10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7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계좌를 통해 고시된 시장 가격에 따라 주식처럼 사고파는 방식이다. 거래 수수료가 0.6% 수준으로 금투자 방식 중 가장 저렴하다. 원하면 실물로 인출할 수 있다. 투자로 인한 소득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장점도 있다.

금 실물을 받지 않는 대표적인 간접투자 상품은 은행의 금 통장이다. 본인 계좌에 예금을 넣어 놓으면 국제 금 시세에 따라 잔액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은행이 고객 예금으로 직접 금을 사들이진 않는다. 대신 같은 금액을 외국 은행이 개설한 금 통장 계좌에 달러로 예치한다. 투자자는 원화를 예금하지만 잔액은 국제 금 시세와 환율에 연동돼 바뀌는 셈이다. 단 2000온스(약 30억원) 이상을 사들일 때는 은행이 금 실물을 사서 보관하도록 권장된다.

금 통장은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원할 때 언제든 환매할 수 있다. 수수료도 2% 안팎으로 골드바를 사는 것보다 저렴하다. 단 투자 차익에 대해선 15.4%의 이자배당소득세가 붙는다.

이런 장점 때문에 시중 은행의 금 통장 가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가장 가입자 수가 많은 ‘신한은행 골드리슈’ 계좌는 작년 1분기 14만6279개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14만7155개로 늘었다. ‘우리은행 골드뱅킹’ 계좌 수도 1만3761개에서 1만4640개로 증가했다. 국민은행 ‘KB골드투자’ 계좌는 같은 기간 4만491개에서 4만2145개로 늘었다. 상품 출시 초기였던 2008년 말(5062개)에 비하면 8배로 늘어났다. 시중은행 세 곳을 합치면 총 금 간접투자 계좌 수는 20만 개를 넘어선다. 금 통장이 생긴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직접 투자는 단기 증가세가 더욱 가파르다. KRX 금 시장의 하루평균 거래량은 3월 17㎏에서 지난달 22㎏으로 늘었다. 이달 들어서는 43㎏(15일 기준)까지 급등했다. 두 달 새 2.5배로 늘었다. 김상국 한국거래소 금시장팀장은 “시장 변동성이 커지거나 증시가 하락할 때 거래량이 늘어난다”며 “코스피 랠리가 끝난 지난달 중순께부터 거래량이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은행과 민간 업체도 같은 추세다. 국민은행의 골드바 판매량은 3월 11㎏에서 지난달 39㎏으로 약 4배로 늘었다. 민간유통업체인 한국금거래소의 골드바 판매량도 3월 70㎏에서 지난달 177㎏으로 급등했다.

하반기에도 金테크 바람 불까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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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은 지난해 초부터 계속 하락하다가 하반기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작년 8월 트로이온스(약 31g)당 1176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 금 시세는 17일 현재 1285달러를 기록했다. 8개월 새 약 10% 올랐다. 작년 이 시점에 금에 투자했다면 거래 형태에 따라 수수료와 세금을 제외하더라도 평균 7~9%대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은행 관계자는 “금 통장은 금값 상승기에 개설해 소액씩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다만 금 통장은 달러와도 연동되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변동 우려와 리디노미네이션 논의가 국내 금 시장 흐름을 결정할 주요 변수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세계 증시가 불안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이 불거지면서 변동성이 매우 커졌다”며 “국내 정치권에서 리디노미네이션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면서 많은 자산가가 현금 대신 금 보유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소람/강영연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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