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의 경제산책] 수소탱크 폭발로 주변 쑥대밭…충전소 확대 가능할까
페이스북에는 “수소차는 유해가스를 전혀 발생시키지 않고 물만 배출하는 친환경차다. 2040년까지 수소승용차를 620만대 생산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 수소충전소도 전국에 1200개로 확대하겠다.”고 했습니다.
성 장관 표정이 확 달라지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어제 저녁 강원 강릉시의 강원테크노파크에서 수소탱크가 폭발했기 때문이죠. 정부는 그동안 “엄청난 외부 충격이 가해져도 수소탱크는 폭발할 수 없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성 장관은 오늘 새벽 6시에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고 곧 강릉으로 출발했습니다. 성 장관은 수소탱크 폭발 현장을 방문해 철저한 원인 규명을 약속했습니다. 같은 페이스북에는 “철두철미한 원인 조사와 보완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조속히 사고를 수습하고 대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지요.
강릉 수소탱크 사건이 심각한 건 수소 폭발의 위험성을 대중에게 각인시켰기 때문입니다. 전체 건물이 쑥대밭이 됐고, 사상자도 8명 발생했습니다. 폭발음은 7~8km 떨어진 곳까지 들렸다고 합니다.작은 수소탱크(400㎥) 하나가 터졌을 때의 위력이 국민들의 불안감을 자극할 수 있지요.
‘수소경제 활성화’를 미래 먹거리로 내세우던 정부엔 비상이 걸렸습니다. 국회는 물론 도심 곳곳에 수소충전소를 대거 설치하려던 계획이 지역 주민 반발에 부닥칠 수 있어서지요.
산업부는 “이번 폭발 사고는 연구개발(R&D) 실증 과정에서 예외적으로 발생했는데, 수소충전소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사고 기록이 없다. 또 일반 충전소의 경우 국제 규격에 따라 안전하게 설치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고 원인은 조사해봐야 한다”는 입장이죠.
전문가들은 “수전해 등의 수소 기술이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소 기술이 안전하다고 100% 자신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사고가 난 수소탱크 역시 올 3월 R&D 과제 완료 후 완성품에 가까웠던 제품이었죠. 1000시간의 시험 가동 후 정식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400여 시간만에 터진 겁니다. 만약 근로자가 많았던 낮시간대 폭발했다면, 또는 정식 운영 단계에서 터졌다면 사상자가 훨씬 많았을 겁니다.
정부는 현재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저장하는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다음달 초에 원인 및 대응 방안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이번 수소탱크 폭발로 또 하나의 커다란 과제를 안게 된 셈입니다.
ESS 화재와 수소탱크 폭발이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밀어부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안전 사고는 아니었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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