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작년 7월 경북 울진군 한울 2호기 현장을 찾아 안전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한수원 제공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작년 7월 경북 울진군 한울 2호기 현장을 찾아 안전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한수원 제공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이틀 전 페이스북에 글을 띄워 “한빛 1호기 관련 내용으로 무겁게 임원회의를 시작했다. 언제 어떤 경우에도 기본 정보와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선 조치부터 우선 시행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어제 저녁엔 “기다렸다는 듯이 체르노빌 폭발 사고 운운하는 거짓 비정부기구(NGO) 인사에 화가 나지만 실수한 건 인정한다.”고 했습니다.

한빛 1호기 사건은 지난 10일 발생했던 ‘이상 정지’ 사태를 말합니다.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전남 영광의 한빛 1호기가 당일 오전 10시 30분쯤 열 출력이 제한치(5%)를 크게 초과했는데도 약 12시간이 지난 오후 10시 2분에야 수동 정지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원자로 조종면허를 갖고 있지 않은 직원이 제어봉을 조작했기 때문에 원자력안전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요. 특별사법경찰관 및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조사단 18명을 투입했습니다.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한수원 직원을 긴급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정 사장이 작년 4월 취임한 후 최악의 ‘안전 사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수원 측은 일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오전 10시 30분 제어봉 인출 시점에서 출력이 갑자기 18%까지 상승했지만 10시 32분 제어봉을 재삽입해 바로 안정상태를 유지했다. 원자로 관련 면허를 갖고 있는 사람이 지시·감독하면 미소지자도 조작할 수 있다. 출력이 25%까지 상승하면 원자로가 자동 정지하는 시스템이 있어 폭발 가능성은 제로다.”는 것입니다.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면, 한빛 1호기의 폭발 가능성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당시 분명 ‘테스트’ 중이었고 출력이 급상승하자 2분만에 조치를 취해 안정을 되찾았으니까요. 원자로 자동정지 시스템은 이중으로 돼 있습니다. 원전 전문가들은 “테러리스트들이 원전을 장악해도 조종만으로는 고의 폭발을 일으킬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사실로 확인된 건 “열 출력이 5%를 넘으면 원자로를 멈춰야 한다는 규정을 원전 실무자들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또 면허 소지자인 발전팀장은 원안위 첫 조사에서 “현장에서 정비원에게 제어봉을 만지라고 지시하지 않았다”고도 했습니다. 국가 핵심시설인 원전의 운영 책임을 갖고 있는 한수원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져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 사례입니다. 원전 운영의 기본 지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한수원 내부에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원전 운영 인력이 부족해졌다”고 하소연하지만 국민들에겐 변명으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수원은 한빛 1호기 시험 가동에 참여했던 발전팀장과 운영실장, 발전소장 등 3명을 보직 해임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3명만 처벌하는 데 그쳐선 안된다는 여론이 많습니다. “원전을 당장 폐쇄하라”는 환경단체들의 ‘비논리적’ 성명서가 호응을 얻을 정도로, 원전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혔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제 한국원자력산업회의 주최 ‘2019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 참석했던 정성태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사업본부장은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한빛 1호기 사태는 제도나 절차가 완비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한수원 조직의 사기 저하가 근본 원인이었다고 본다.” 한수원 대표 취임 2년째를 맞은 정재훈 사장은 원자력산업회의 회장 자격으로 이 행사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