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계 용역을 발주할 ‘고래 관광용 전기추진선’ 조감도.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정부가 설계 용역을 발주할 ‘고래 관광용 전기추진선’ 조감도.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앞으로 3~4년 후에는 울산에 또 다른 명물이 등장하게 됩니다. 전통적인 디젤 엔진 대신 전기 배터리로 동력을 얻는 ‘고래 관광선’이 나올 예정이죠.

산업통상자원부는 조만간 전기추진선의 실증사업을 개시할 계획입니다. 올해 설계를 시작해 2022년 완료합니다. 총 예산은 450억원(국비 235억원+지방비 215억원)입니다. 올해 설계 용역비로만 25억원을 책정했는데, 추가경정예산에도 포함돼 있지요. 정식 명칭은 ‘ICT(정보통신기술) 융합 전기추진 스마트선박 건조 및 실증 사업’입니다.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직류 기반의 전기추진 선박입니다. 교류 기반의 전기추진선은 지금도 4척 있습니다. 디젤 엔진 선박에 비해 동력장치가 작고 동력추진 효율이 높은 게 특징이죠.

현재 울산 장생포에 디젤 엔진의 고래 관광선이 한 척 있는데, 이를 2023년부터 전기추진선이 대체하게 됩니다. 선박의 길이는 총 90m, 폭 12m, 높이 5m로 꽤 큰 규모이죠. 승객은 최대 360명이 탈 수 있습니다.

전기추진선을 고래 관광용으로 먼저 선보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빠릅니다. 멀리 고래떼가 출연했을 때 재빨리 그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지금의 디젤 선박은 속도가 느려 고래떼를 놓치기 일쑤라고 합니다. 전기추진선으로 교체하면 고래를 충분히 따라잡을 만큼 속도를 낼 수 있지요.

또 하나는 구형 선박을 대체하게 될 신산업을 창출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지금의 디젤 선박은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지요. 글로벌 환경 규제가 배경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20년 이후 모든 선박 연료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규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요즘 LNG(액화천연가스) 선박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도, 해안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는 디젤 선박 엔진을 줄여야 하는 현실 때문입니다.

전기추진 선박은 환경오염 물질을 아예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모델입니다. 더구나 이 선박에 각종 전기 관련 기자재를 실어 실험을 진행하고 트랙 레코드(운행 실적)를 충분히 쌓을 수 있습니다. 보통 고래 관광선은 봄철인 3월부터 9월까지만 운행하는데, 이 시기 이외엔 온전히 기자재 실증 실험을 진행하는 데 활용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 조선업은 수 년 전부터 최악의 위기를 겪어 왔습니다. 전기추진 고래 관광선 프로젝트가 작지만 의미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