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SK가스와 E1 등 액화석유가스(LPG)업계가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LPG와 도시가스가 화학적 특성 및 위험성이 비슷한데 유독 도시가스만 하루 사용량과 보고 의무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도시가스는 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쓴다.

20일 LPG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2일 입법예고한 산안법 개정안을 통해 연료용 도시가스에 대해 하루 사용량 5만㎏ 이하까지는 공정안전보고서(PSM) 작성 의무를 없앴다. 기존 5000㎏보다 관련 규정을 10배 완화한 조치다. LPG는 5000㎏으로 이전과 변동이 없다.

PSM은 화재·폭발 위험이 있는 공장이 안전·비상조치 계획을 제출토록 하고 고용부가 이를 주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도입했다. 고용부가 이행 실태를 평가해 문제점이 드러나면 대표이사에게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처벌 규정도 엄격하다. PSM 작성을 위한 외부 컨설팅에 최대 연 2억~3억원가량이 든다.

LPG업계에서는 도시가스와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산안법 개정에 앞서 고용부 산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실시한 ‘PSM 대상 물질 규정량 및 중복규제 해소 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도시가스와 LPG는 화재·폭발위험성 등 주요 안전 지표에서 같은 등급을 받았다. 주요 선진국들도 LPG와 도시가스를 같은 범주에 놓고 규제한다. 미국은 고위험 설비가 없는 공정에서 쓰이는 연료용 도시가스와 LPG를 PSM 대상에서 제외했다. 영국도 도시가스와 LPG의 취급량 제한이 같다.

LPG업계는 도시가스만 PSM 작성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산업용 LPG 수요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LPG와 도시가스 범용 시설을 갖추고 시세에 따라 도입 비용이 더 낮은 연료를 써온 기업들의 연료 선택권을 정부가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부는 ‘매설된 배관을 통해 공급되는 도시가스와 달리 LPG는 저장탱크와 배관이 결합돼 상대적으로 위험하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LPG업계 관계자는 “LPG 공급 시설의 안전성은 검증을 마쳤다”며 “도시가스만 규제를 완화한 것은 ‘형평성을 잃은 특혜’”라고 주장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