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정년퇴직자 자리에 비정규직을 충원하는 데 동의한 대의원을 징계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안팎에서 정년퇴직자 수만큼 정규직을 뽑아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노조 집행부는 요구를 관철시키겠다고 재선언한 셈이다.

▶본지 3월 19일자 A5면 참조

현대차 노조는 지난 14일 ‘인원협상 규칙’을 제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규칙은 ‘정년퇴직으로 빈자리가 생기면 그 자리는 무조건 정규직으로 채워야 한다’는 노조 집행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장치다.

현대차 노사는 정규직이 퇴직하면 그 자리에 누구를 고용할지 협의한다. 회사 실무진과 현장 대의원이 상의하는 방식이다. 이때 대의원이 비정규직 채용에 동의하면 노조에서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노조는 다음달부터 관련 투쟁도 시작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노조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공정이 단순한 전기자동차 생산 비중이 늘수록 공장 내 필요 인원이 줄기 때문에 생산직 규모를 현재처럼 유지할 수 없다. 물류 자동화 기술 발달 등을 감안하면 현재 3만5000명 수준의 생산직 인력을 1만 명 넘게 줄여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현장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누군가 퇴직하면 한동안 다른 직원이 업무를 나눠서 해야 하는데, 노조 집행부가 대의원에게 “회사가 정규직을 채용하겠다고 할 때까지 버티라”고 하는 건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