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조사하는 공정위…'안드로이드OS 끼워팔기' 겨냥하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진행 중인 구글에 대한 조사 대상이 궁극적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번들링(묶음 판매)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이 구글 조사의 방향성을 간접적이나마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벨기에 브뤼셀 한국문화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각국 경쟁당국이 주목하는 구글의 불공정 행위를 설명하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구글과 관련한 경쟁 저해 사건은 크게 검색 시장과 안드로이드 OS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글은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이용해 다른 서비스에 마켓 파워를 전이하는 문제가 있다”며 “나머지 하나는 안드로이드 OS와 관련한 번들링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안드로이드 OS는 누구든지 코드를 수정할 수 있는 오픈소스지만 그와 관련된 서비스 코드는 공개가 안 돼 있다”며 “구글 플레이스토어(모바일 앱 스토어)는 안드로이드 OS에 기본 탑재돼 일종의 끼워팔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구글은 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고 말해 공정위가 진행 중인 구글 조사 대상이 궁극적으로는 안드로이드 OS 불공정 판매라는 점을 시사했다.

이런 공정위의 조사 방향은 유럽연합(EU) 조사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EU는 작년 7월 구글이 안드로이드 OS로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EU의 경쟁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인 43억4000만유로(약 5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EU는 구글이 구글플레이를 이용하는 조건으로 스마트폰 제조업자에게 구글 검색 앱과 브라우저 앱 크롬을 사전에 설치하도록 한 점, 제조업자와 모바일 네트워크 운영자들에게 그들의 스마트폰에 미리 독점적으로 구글 검색 앱을 설치하는 조건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김 위원장은 “EU의 구글 조사는 하나의 서비스에서 지배적 지위를 갖고 다른 쪽 서비스를 계속 연결하면서 다른 경쟁 사업자가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리는 행태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작년 4월부터 구글과 국내 모바일 게임 개발·유통업체 등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이는 등 구글의 시장 지배력 남용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