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로 꼽히는 ‘제네바 모터쇼’가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 전시장에서 개막했다. 럭셔리 세단과 고성능 스포츠카가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이번 제89회 제네바 모터쇼에선 전기차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모터쇼에 참가한 완성차 업체들은 미래 먹거리가 될 신형 전기차와 콘셉트카를 앞다퉈 쏟아냈다. 올해 제네바 모터쇼에는 200여 개 업체가 참가해 150여 종의 신차를 비롯 총 900여 종의 차량을 전시하고 있다.
제네바 모터쇼는 지금 '불꽃 튀는' 전기차 전쟁터
기아차 EV 콘셉트카 최초 공개

제네바 모터쇼에 참가한 국내 완성차 업체는 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두 곳이다. 기아차는 콘셉트카 ‘이매진 바이 기아(Imagine by KIA)’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 차량은 크로스오버 전기차다. 역동적인 외관 디자인과 인간 중심적으로 설계된 실내공간이 특징이다. 차량 전면부에는 헤드램프를 이용해 기아차를 상징하는 ‘호랑이 코’ 그릴 형상을 구현했다. 전면 유리부터 지붕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디자인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준다.

안쪽 디자인은 21장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겹겹이 쌓아 연출한 게 눈길을 끈다. 기아차 관계자는 “탑승자는 21개의 분리된 화면을 통해 하나의 완성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천편일률적인 디스플레이의 대형화에서 벗어나 기술과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신개념 인터페이스를 추구하겠다는 기아차의 디자인 전략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3세대 신형 쏘울의 전기차 모델 ‘e-쏘울’(국내명 쏘울 부스터 EV)도 유럽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e-쏘울은 3세대 쏘울의 감각적인 외관을 그대로 계승하면서도 전기차 특유의 미래적인 디자인이 더해졌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소리의 감성적 시각화’를 콘셉트로 음악의 비트에 따라 조명 효과가 연출되는 ‘사운드 무드 램프’ 기능도 탑재됐다.

이 차량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52㎞를 달릴 수 있다. 기아차의 전기차 모델 중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이전 모델에 비해 출력은 80% 이상 향상됐다.

전기차 모델이 없는 쌍용차는 신형 코란도와 픽업트럭 렉스턴스포츠 칸을 유럽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쌍용차는 올 하반기 유럽을 시작으로 중남미, 중동, 오세아니아 지역으로 두 차량의 수출을 시작할 계획이다.
제네바 모터쇼는 지금 '불꽃 튀는' 전기차 전쟁터
아우디, 전기 구동 차량 9대 전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치열한 전기차 패권 다툼에 뛰어들었다. 폭스바겐은 이번 모터쇼에 순수 전기차 콘셉트카인 ‘e-버기’를 세계 최초로 전시했다. 이 차량은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듄 버기’를 재해석한 모델이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를 기반으로 설계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세계 최초의 순수 전기 다목적차량(MPV) 콘셉트카 EQV를 선보였다. 이 차량은 기존 승합차 모델인 V클래스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르면 2021년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네바 모터쇼는 지금 '불꽃 튀는' 전기차 전쟁터
아우디는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을 포함해 9대의 전기 구동 차량을 출품했다. 고객 인도를 앞두고 있는 순수 전기차 e-트론을 비롯해 e-트론 GT 콘셉트카와 Q4 e-트론 콘셉트카가 전시회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두 콘셉트 차량은 내년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아우디는 2025년까지 신형 아우디 모델 3대 중 1대에 전기 구동 시스템을 탑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기차 모델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BMW는 대형 세단 7시리즈의 PHEV 모델인 뉴 745e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프랑스 브랜드인 푸조는 7년 만에 완전변경된 뉴 푸조 208의 전기차 모델 ‘뉴 푸조 e-208’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