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 시대를 여는 데 성공했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새로운 산업을 키우지 못하면 다시 2만달러대로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페인, 그리스 등은 3만달러를 넘어섰다가 구조개혁을 게을리한 탓에 2만달러대로 뒷걸음질 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5일 “지금은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을 걱정해야 할 때”라며 “규제 개혁, 산업 개편을 통해 경쟁력 있는 산업을 확보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비용 관련 충격을 완화해 성장세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달성한 시점에 ‘잃어버린 10년’을 겪기 시작했다”며 “한국도 제대로 성장 고삐를 죄지 않으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 기조 변경을 주문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성장의 원인은 대부분 공급 측면에 있는데, 정부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 같은 수요 측면에 쏠려 있다”고 지적했다. 박철성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은 선진국에 비해 한국이 크게 뒤처진 부문이 노동시장”이라며 노동시장 개혁을 주문했다.

인구 구조 변화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본격적인 선진국이 되려면 성장세가 더욱 확대돼야 하는데 생산가능인구 감소, 고령화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 투자 활성화, 혁신성장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도 혁신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현혜정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은 수요 측면에서 글로벌화, 공급 측면에서 혁신이 필수”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으면 단순한 상품보다 고차원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