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물류센터 가동한 헬로네이처…신선식품 새벽배송 '나심비' 시대 연다"
온라인 새벽배송 업체 헬로네이처는 작년 9월 망고향이 나는 달콤한 청포도 ‘샤인머스켓’을 내놨다. 한 송이(1.2㎏) 가격은 3만원. 일반 포도에 비해 약 10배, 동일 품종 평균 대비 두 배 이상 비쌌다. 그런데도 잘 팔렸다. 첫 달 하루 30~40개씩 나가던 게 다음달엔 400여 개로 늘었다. 월등히 좋은 품질 덕분이었다. 경북 상주에서 30년 가까이 포도 농사를 한 추성엽 씨가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것이었다. 일반 샤인머스켓 대비 알이 1.5배 굵고, 당도는 평균 20~30% 높았다.

오정후 헬로네이처 대표(사진)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도 하나도 다양한 소비자 취향이 있는데 이를 제대로 충족시키는 유통 업체가 그동안 없었다”며 “헬로네이처가 그 대안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헬로네이처는 마켓컬리 등과 함께 2015년 국내에서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을 개척했다. 하지만 시장 선점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 시장 1위 마켓컬리가 작년 약 1800억원의 매출을 거둘 정도로 커진 사이 헬로네이처는 163억원에 그친 탓이다.
"첨단 물류센터 가동한 헬로네이처…신선식품 새벽배송 '나심비' 시대 연다"
변화는 작년 6월 시작됐다. 편의점 CU를 운영 중인 BGF가 헬로네이처를 인수한 것이 계기였다. BGF는 유상증자 형태로 300억원을 투자, 지분 50.1%를 취득했다. BGF에서 헬로네이처 인수를 주도한 인물이 오 대표다.

그는 “대표에 오른 뒤 상품부터 정비했다”며 “신선하고(fresh), 유행을 따르며(trendy), 쉽게(easy) 바꿨다”고 설명했다. 중간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헬로네이처에 채소 과일 등을 납품하는 전국 1000여 곳의 생산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오 대표는 “신선에는 자신이 있었다”며 “상품별 상위 10% 품질의 농·축·수산물을 산지에서 바로 가져와 판매한다”고 말했다. 작년 가을 내놓은 ‘빨간색 아오리 사과’가 대표적이다. 일반 아오리는 푸른 빛을 띤다. 유통 기한을 늘리기 위해 다소 덜 익었을 때 따기 때문이다. 헬로네이처는 완전히 다 익어 빨간색일 때 판매한다. 산지에서 수확한 뒤 하루 이틀 만에 소비자에게 배송까지 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된 상품도 적극적으로 선보였다. 경기 김포의 카페 ‘진정성’의 밀크티, ‘아우어베이커리’의 빨미까레(페이스트리에 초콜릿을 입힌 디저트) 등이다. 오 대표는 “상품을 전달하는 방식에도 큰 변화를 줬다”고 했다. 상품 하나하나 ‘스토리’를 전달하는 게 핵심이었다. 전문 작가를 고용해 어디에서 생산했고, 어떻게 재배했고, 왜 맛이 좋은지 등을 맛깔나게 풀어냈다. 생산자 이름을 제품명 앞에 붙이는 ‘실명제’도 실시했다.

이 같은 노력이 쌓여 성과가 나왔다. 오 대표는 “헬로네이처의 지난달 월 매출이 처음 20억원을 넘어 작년 이맘때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며 “올해는 작년 매출(163억원)의 두 배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헬로네이처는 지난 13일 경기 부천에 하루에 1만 건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부천 신선물류센터’를 새롭게 오픈했다.

그는 편의점과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헬로네이처의 고품질 과일, 채소 등을 CU에서 소포장으로 판매하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했다. 오 대표는 “BGF가 과거 혼란했던 편의점 시장에서 표준화, 규격화를 통해 시장을 정리하고 1등이 됐듯 새벽배송에서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