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기업하기 힘들어지네요. 다들 대기업을 적(敵)으로 여기는 것 같습니다.”(4대 그룹 한 계열사 사장)

“3월이 더 걱정입니다. 노동계 총파업에 규제 법안을 들쑤실 국회까지 열릴 테니….”(경제단체 부회장)

국내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서 “기업하기 정말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3월이 두렵다”는 탄식도 쏟아진다. 산업현장을 뒤흔들고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져나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24일 경제계 등에 따르면 기업들은 다음달부터 ‘춘투(春鬪)’와 맞닥뜨린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에 반발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다음달 6일 총파업을 선언했다. 프로스포츠 경기 연간 스케줄을 짜듯 1년치 파업 일정까지 내놨다. 현대·기아자동차 노조는 한술 더 떴다. ‘반값 연봉’ 광주형 완성차공장이 완공되는 2021년까지 총력투쟁하겠다며 ‘3년 투쟁’ 계획을 세웠다. 당장 다음달부터 파업을 벌인다. 한 자동차 부품사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파업까지 겹치면 산업현장은 쑥대밭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개점휴업’ 끝에 다음달 다시 문을 여는 국회도 기업들엔 공포의 대상이다. 기업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관련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처리할 태세다.

여기에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관투자가와 헤지펀드들이 잇달아 ‘경영 간섭’에 나서며 기업들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 통신사와 마트 등 대형 가맹점에 물리는 카드 수수료 및 산업용 심야 전기요금 인상 결정도 3월로 예정돼 있다. ‘타깃’은 대기업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노조와 정부, 국회 눈치만 보다 주저앉을 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