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보험료 등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비소비지출’이 5분기 연속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소득은 더 크게 줄면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인 ‘처분가능소득’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주거비와 의료비 등 각종 비용을 덜어줘 가계소득을 늘리고 내수 진작을 하겠다는 소득주도성장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세금·보험료로 月 95만원…"남는 게 없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작년 4분기보다 10.0% 늘어난 95만3900원에 달했다. 세부 지출 내역별로는 정기적으로 내야 하는 세금이 가구당 월평균 17만34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4% 급증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보험료와 사회보험료는 각각 12.1%, 11.6% 증가했다. 이자비용도 24.1%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건강보험료율 인상과 금리 인상 등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소득 하위 20%(1분위)와 하위 20~40%(2분위)는 정부가 저소득 근로자에게 각종 공제혜택을 준 덕분에 비소비지출은 다소 줄었다. 하지만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더 빠르게 줄면서 처분가능소득(소득-비소비지출)이 크게 감소했다. 4분기에 1분위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7.7% 줄었지만 비소비지출은 9.9% 감소하는 데 그쳤고, 처분가능소득은 19.5% 줄었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은 월평균 98만8200원에 불과했다.

2분위는 소득이 4.8% 줄어들었는데 처분가능소득은 5.3% 감소했다. 3분위(하위 40~60%)는 소득이 1.8% 늘어 처분가능소득은 고작 0.5% 많아져 제자리걸음을 했다. 소득 증가율이 각각 4.8%, 10.4%에 달한 4분위(상위 20~40%)와 5분위(상위 20%)만 처분가능소득이 3.3%, 8.6% 늘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