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험이 고용에 이어 분배마저 역대 최악 수준으로 내몰았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와 상위 20%의 소득 격차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저소득층 일자리가 집중 타격을 받으면서 근로소득이 대폭 줄어든 탓이 가장 크다. 서민가구 소득을 올려주겠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오히려 빈곤층을 더 가난하게 하는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8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를 보면 소득 하위 20%(1분위)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123만8200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7.7% 줄었다. 근로소득이 월평균 43만500원으로, 같은 기간 36.8% 급락한 영향이 컸다.

소주성 2년…최악의 '분배 참사' 불렀다
1분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최저임금이 16.4% 인상된 지난해 1분기 8.0% 줄어든 데 이어 2분기(-7.6%) 3분기(-7.0%) 4분기(-17.7%)까지 1년 내내 감소했다.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노동시장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1분위의 가구당 취업 가구원 수는 2017년 4분기 0.81명에서 지난해 4분기 0.64명으로 줄었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의 지난해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932만43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10.4% 증가했다. 근로소득은 같은 기간 14.2% 늘었다. 이에 따라 하위 20% 대비 상위 20% 소득은 5.47배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정부는 이날 소득 분배 악화 결과를 보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분배 악화 원인을 고령가구 증가, 기저효과 탓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정책 수정보다는 기초연금 인상, 노인일자리 확대, 실업급여 인상 등 세금 투입 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지금이라도 고용 및 분배 참사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부작용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내년 최저임금은 과감하게 동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일규/성수영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