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통신회사와 대형마트 등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고 19일 밝혔다.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카드수수료를 요구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카드사들이 최근 대형가맹점과 수수료 인상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사실상 카드사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카드수수료 개편 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브리핑에서 “대형가맹점이 협상력에 과도하게 의존해 적격비용이 적용된 수수료율 범위를 넘어선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카드사 편 든 당국 "대형점 수수료율 인상 필요"
앞서 카드사들은 최근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형가맹점 2만3000여 곳에 다음달부터 카드 수수료율을 최대 0.3%포인트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지난달 31일 우대 수수료 적용 대상 가맹점 범위가 연매출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확대된 데 따라 줄어든 연간 5700억원가량의 수수료 수입을 상쇄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에 따르면 카드수수료 개편에 따라 연매출 30억원 이하 가맹점은 연간 5700억원, 연매출 30억원 초과~500억원 이하 가맹점은 연간 2100억원의 수수료 부담을 덜게 됐다.

카드사 편 든 당국 "대형점 수수료율 인상 필요"
대형가맹점들은 소비자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국장은 “대형가맹점은 그동안 마케팅 관련 혜택을 대부분 받아왔음에도 중소가맹점과 똑같은 마케팅 비용을 부담해왔다”며 “기존 방식을 개선해 적격비용률이 인상되면서 수수료율이 올랐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무이자 할부나 적립 혜택 등 카드사가 마케팅을 진행하면 대부분 고객은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대형가맹점에서 혜택을 누리는데, 이전까지는 마케팅 비용을 모든 가맹점이 똑같이 부담했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윤 국장은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할 경우 법에 따라 처벌도 가능하다”고 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 제18조에 따르면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카드사에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정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금융위는 조정을 요구하거나 사법 기관에 고발할 수 있다.

다만 윤 국장은 “부당하게 낮다는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는 판단이 필요하다”며 “대형가맹점의 현행 수수료율이 부당한 수준인지에 대해선 아직까지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계약은 기본적으로 자유의사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라며 “원칙에 따라 수수료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상기한 것”이라고 했다. 금융당국이 민간기업 간의 계약에 구두지침을 내린다는 모양새로 비칠까 경계한 것이다.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의 이 같은 방침에 환영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형가맹점이 계약 해지를 운운하면 수수료 인상 추진을 원점으로 돌리거나 도리어 인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대형가맹점에 대한 카드수수료 체계가 바로잡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대형가맹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처벌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지만 실제 처벌이 이뤄진 경우는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했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강경민/정지은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