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로자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이 지난해 처음으로 2000시간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후 멕시코, 그리스 등과 함께 ‘장시간 근로국가’로 불리던 오명을 벗을 전망이다. 근로시간 감소에는 지난해 7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과 함께 경기 침체로 인한 제조업 구조조정,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와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 회피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간 근로시간 1978시간…2000시간 아래로 떨어졌다
고용노동부가 30일 발표한 ‘2018년 12월 사업체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월평균 근로시간은 164.2시간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시간(1.4%)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11월까지의 추세로 보면 지난해 연간 근로시간은 1970시간(164.2×12)대로 추정된다. 통상 연말 특수 영향으로 12월에 근로시간이 소폭 늘어나는 점을 감안해도 지난해 연평균 근로시간은 1970시간대를 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고용부 설명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지난 24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이 1978시간 정도로 잠정 집계됐다”며 “근로시간 단축의 현장안착 지원을 강화해 2020년에는 1800시간대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월평균 근로시간으로 환산해보면 2008년 176시간에서 지난해 165시간으로 10년 만에 약 11시간이 줄었다. 근로일 기준으로 하루 30분가량 준 셈이다. 2013년(월 173시간)과 비교하면 한 달 평균 8시간 줄었다.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2008년까지만 해도 2120시간으로 세계 최장 근로국가인 멕시코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후 2012년 2092시간, 2016년 2052시간으로 점진적으로 줄긴 했지만 여전히 멕시코, 코스타리카, 그리스 등과 함께 대표적인 장시간 근로국가다. 근로시간은 OECD 평균(2017년 기준 1759시간)보다 많지만 생산성은 OECD 국가 중 하위권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