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일·EU 경제연대협정(EPA)이 다음달 1일 발효된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일본과 호주, 캐나다 등 11개국이 참여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정식 발효되는 등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한 일본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가속화하고 있다.

30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과 EU가 각각 지난달 비준 절차를 마무리 지은 일·EU EPA가 내달 1일 0시에 발효된다. 일본과 EU 간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6억4000만 명의 인구,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 세계 무역액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경제권이 출범하게 됐다.

EPA는 관세 철폐·인하뿐 아니라 지식재산권, 투자·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FTA다. 이번 협정 발효로 전체 교역품목 중 EU로 수출되는 일본산 제품 99%의 관세가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일본이 EU에서 수입하는 제품의 94%도 관세가 사라진다.

일·EU EPA가 발효되면 유럽시장에서 한국과 일본 제조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0년 한·EU FTA 체결로 일본에 앞서 관세 인하 혜택을 본 한국 업체들의 이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자동차 시장을 놓고 격전이 예상된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에 수출할 때 부과되는 관세가 현재 10%에서 2026년 2월까지 단계적으로 0%로 낮아지는 만큼 일본차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차의 서유럽 시장 점유율은 EU와의 FTA가 발효된 2011년 4.1%에서 2017년 5.9%로 상승했다. 반면 일본차 점유율은 2009년 13.0%에서 한국차의 점유율 확대로 2010년대 초반 11%대로 떨어졌다가 2017년 14.8%로 반등했다.

일본은 지난해 말 발효된 CPTPP 효과도 조만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 호주 등 CPTPP 회원국 공산품의 99.9%, 농수산물의 98.5%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이미 CPTPP 발효로 일본 시장에서 저렴한 호주산 육류가 인기를 끄는 등 경제 효과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