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뛰드와 이니스프리 위조품이 중국계 생활용품점 일라휘에서 판매되고 있다. 우측이 정품. 사진=각사 공식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캡처
에뛰드와 이니스프리 위조품이 중국계 생활용품점 일라휘에서 판매되고 있다. 우측이 정품. 사진=각사 공식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캡처
동남아에서 중국계 '짝퉁 한류 기업'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류 열풍에 편승해 판매되고 있는 위조품이 중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국가까지 확산돼 국내 기업 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무소(MUMUSO)와 일라휘(ilahui) 등 한국 브랜드로 둔갑한 중국 화장품 및 생활용품 매장들이 필리핀, 베트남 등지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

코트라(KOTRA) 호찌민 무역관에 따르면 생활용품점 무무소는 2016년 12월 베트남에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약 27개에 달하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장 간판에 한국을 뜻하는 영문 'KOREA'나 'Kr'을 사용하고, 한국의 인기 화장품이나 캐릭터를 모방한 각종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상품 설명서에 한국어로 적혀 있는 경우도 있어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산으로 오해할 만한 소지가 크다. 그러나 정작 이 브랜드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계 기업이다.

비슷한 시기 베트남에 매장을 낸 생활용품점 일라휘도 1년 만에 30개에 육박하는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일라휘 역시 홈페이지에 '한국에서 영감 받는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기업'이라고 소개하며 매장 곳곳에 한국산 제품으로 혼동할 수 있는 상품들을 팔고 있다.

특히 에뛰드,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등 한국 유명 브랜드의 대표 제품을 본 떠 만든 위조품을 판매하고 있어 지식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 에뛰드는 '디어 달링 워터젤 틴트', 이니스프리는 '수딩 앤 모이스처 알로에베라 92% 수딩젤', 네이처리퍼블릭은 '그린티 폼 클렌저' 등이 일라휘 제품으로 둔갑했다.

말레이시아에서도 생활용품점 KIODA(너 귀엽다) 역시 한국 문화와 콘셉트를 활용해 매장을 늘리고 있다. 브랜드명은 한국어 발음을 발음을 음차해 만들었다.

매장 간판에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공식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에 한국어와 한류 아이돌 소식을 업데이트해 한국 브랜드인 듯 혼란을 주고 있다. 현재 약 17개 매장을 운영하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계 기업들이 한국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하는 이유는 한류 영향이 크다. 한국 드라마와 음악, 화장품 등이 인기를 누리면서 한국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한류로 인한 총수출액이 82억1000만달러(약 8조8500억원)로 전년 대비 6.9% 증가했다. 한류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악용해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계 '짝퉁 한류 기업'이 한류 위조품들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경우 진짜 한국산 제품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들 기업의 제품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국 제품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국가 이미지까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위조품 판매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피해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데다 주로 해외에 있는 업체가 단속 대상이다 보니 피해 규모 산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해당국가와 협업하며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나 피해가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피해규모 산출에는 제한사항이 있다"며 "큰 건에 대해서는 소송 등으로 손해 배상을 청구한 바 있으나 작은 위조품까지 모두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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