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 원칙)를 올해 상장회사 주주총회부터 본격적으로 행사할 방침이어서 기업들이 느끼는 배당 압박 강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르면 내년부터 국민연금이 저배당 기업에 대해 경영참여형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국내 대기업의 기업설명회(IR) 담당자들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전북 전주를 찾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국민연금 책임투자팀을 만나 배당 관련 주주권 행사 계획을 파악하고 회사의 배당 방침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배당 확대 요구가 과거에 비해 강해진 걸 확실히 느낀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경영진에 전달하고 있지만 온도차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합리적인 배당 계획을 마련해 공시하지 않거나, 수립한 계획을 지키지 않는 기업을 가려내 비공개 대화를 하게 된다. 비공개 대화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비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정해 압박을 지속하며,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명단을 공개한다.

다음 단계는 주주제안을 통한 경영참여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민연금은 저배당 기업의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정도의 소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해왔지만 앞으로는 배당확대 주주제안에 나서 표대결을 벌일 수 있다”며 “기업이 바짝 긴장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현대그린푸드와 남양유업을 저배당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해 명단을 공개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