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 기구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집단이 논의와 양보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명분으로 구성되곤 했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옛 노사정위원회)가 대표적이다. 노동계는 대화를 하다가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탈퇴와 불참을 반복하면서 총선·대선을 앞둔 정치권을 길들였다.

1일 노동계에 따르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1998년 노사정위가 출범한 이후 17차례에 걸쳐 탈퇴와 불참을 거듭했다. 한국노총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노사정위 출범 이듬해인 1999년 2월 정부의 정리해고·파견근로제 도입 방침에 반발해 탈퇴했다가 작년 1월 19년 만에야 사회적 대화 기구 중 하나인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해 5월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반발하며 다시 불참을 선언했다.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 불참’을 협상 카드로 사용할 때마다 정부와 정치권은 노동계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작년 1월 민주노총의 복귀 당시가 그랬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부의 양대 지침(일반해고 허용·임금피크제) 폐기,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정부가 요구사항을 대거 들어준 뒤에야 테이블로 돌아왔다.

경사노위는 작년 11월 새롭게 출범하면서 단체의 대표성을 높이고 일부 단체에 휘둘리는 사태를 막기 위해 참여 단체를 다변화했다. 기존 노사단체 외에 청년과 여성, 비정규직 관련 단체 관계자와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 대표 등을 추가해 총 18명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일부 단체의 탈퇴 으름장과 대표성에 관한 논란 등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