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임시 조직인 혁신성장본부 명칭을 ‘혁신성장기획단’으로 바꾸고 상시 조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혁신성장이 현 정부 3대 경제정책 중 하나인데도 그동안 제대로 된 결과물이 나오지 못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특히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30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와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으로 기재부 직제를 개편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부터 경제 활성화와 투자 확대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며 “이 때문에 조직개편 담당 부처인 행안부도 혁신성장기획단으로 전환하는 데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혁신성장본부는 기재부 정책조정국 산하에 임시 태스크포스(TF) 형태로 운영돼왔다. 올해 6월 문을 열고 30명 가까운 인원을 배치했다. 하지만 이들은 기존 업무와 혁신성장본부 업무를 겸하고 있다. 다른 부처에서 파견받지 않고 기재부 공무원으로만 구성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정부 관계자는 “혁신성장기획단으로 전환하면 이곳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정식 발령이 나는 것이어서 업무 중복을 피할 수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등 혁신성장과 관련된 타 부처에서 파견자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혁신성장본부는 규제 개혁, 투자 활성화, 신산업 창출 등 세 가지 목표를 세우고 출범했다. 당초 올 9월 말까지 핵심 규제 개선안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규제 개혁 리스트’를 내놓지 못했다. 카풀, 원격의료 등이 후보에 올랐지만 택시기사, 의사 등의 반발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론화를 통해 규제를 풀겠다는 아이디어도 제시됐으나 기득권층 반발에 막혀 실행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 공동본부장을 맡았던 이재웅 쏘카 대표가 사퇴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기재부의 혁신성장본부 예산은 내년 6월 말까지만 책정됐다. 기재부와 행안부는 그 이전에 혁신성장기획단으로의 전환 작업을 마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