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국채 조기상환 입찰 취소도
신 전 사무관은 30일 유튜브(사진)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 교체를 지시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자신이 졸업한 고려대의 학생게시판 ‘고파스’에 “적자국채 4조원 추가 발행 압력도 있었다”고 썼다. 적자국채는 세입보다 세출이 많을 때 모자라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것으로, 국가채무를 늘린다.
그는 우선 2017년 11월14일, 기재부가 다음날(15일)로 예정된 1조원 규모의 국채 조기상환 입찰을 전격 취소한 것은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지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당초 예상보다 세수 여건이 좋아 국채 발행을 줄이려 했다”며 “그러나 김 전 부총리가 정무적 판단으로 적자국채를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썼다.
‘정무적 판단’에 대해 그는 “(김 전 부총리가) 정권 말 재정 부담에 대비해 자금을 쌓아둬야 하는 데다, 정권이 교체된 2017년에 국채 발행을 줄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줄어 향후 정권 내내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신 전 사무관에 따르면 이 일이 있고 난 이후 기재부 국고국은 김 전 부총리 지시에 따라 4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막판에 담당 국장 등이 “세수도 좋은데 비용까지 물면서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건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내세워 김 전 부총리를 설득했고, 결국 적자국채 추가 발행은 없던 일이 됐다.
그러나 여기서 상황이 끝나지 않았다. 청와대가 문제를 삼기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는 계획대로 적자국채 추가 발행을 강하게 요구했다. 신 전 사무관은 앞서 김 전 부총리가 국채 조기상환 취소를 요구한 것과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부총리는 대통령 월례보고를 요청했다.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는 ‘이미 결정돼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된 사안이라 되돌릴 수 없다. 기존 계획대로 발행하라’고 요구했다”고 썼다.
하지만 기재부는 11월23일, 적자국채 추가 발행 계획을 담지 않은 ‘12월 국고채 발행계획’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후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김 전 부총리가 전화로 싸웠다. 김 전 부총리가 ‘대통령 월례보고를 하겠다고 했을 때 시켜주지 않더니 이제 와서 그런 요구를 하냐’고 따졌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은 “정책의 합리성을 따지지 않고, 대통령에게 보고된 사안이라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일규/성수영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