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화 참케어 대표가 휴대용 혈압측정기 ‘H2-BP’를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이동화 참케어 대표가 휴대용 혈압측정기 ‘H2-BP’를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2004년 설립된 참케어는 환자의 심전도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는 모니터링 장비 제조 의료기기 업체다. 지난해까지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은 다를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내년 목표 매출을 150억원 이상으로 잡았다. 2년 만에 외형을 10배 이상으로 키울 계획이다.

H2-BP는 참케어가 이달 출시한 손목시계 모양의 휴대용 혈압측정기다. 4년 동안 20억원을 투자해 개발했다. 무게는 44g으로 가벼운 데다 평범한 스마트워치를 닮아 눈에 띄지 않는다. 병원에서 볼 수 있는 펌프 형식의 혈압측정기를 손목시계 크기로 축소한 것은 참케어가 처음이다. 단순 참고용이 아니라 의료 데이터로 가치가 있다는 의미의 의료기기 인증도 받았다. 이동화 참케어 대표는 “국내 고혈압 환자 1100만 명 중 수시로 혈압을 확인해야 하는 중증 환자가 150만 명”이라며 “국내 및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메디슨서 익힌 기술 활용

손목시계형 혈압측정기 'H2-BP', 고혈압 진단 뒤 스마트워치 보고 만든 측정기
이 대표의 첫 직장은 1세대 의료기기 벤처기업 메디슨이었다. 여기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바이오시스에서 사업부장으로 지내다 2004년 참케어를 설립했다.

그런데 사업을 시작한 지 오래지 않아 이 대표에게 고혈압이 찾아왔다. 초기 단계여서 혈압약을 먹을 필요는 없지만 혈압을 자주 측정하라는 의료진의 권고가 있었다. 먼저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에서 만든 가정용 제품을 써봤다. 하지만 출근 이후엔 사용할 수 없어 ‘내 혈압은 괜찮을까’ 하는 불안감에 늘 시달렸다. 이 대표는 스마트워치를 보고 손목시계 형태의 혈압측정기 아이디어를 얻었다. 손목시계 형태라면 야외활동 중에도 언제든 혈압을 잴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손목시계 크기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삼성과 애플이 내놓은 스마트워치처럼 광센서를 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의료기기 인증을 받기 어려웠다. 오차 때문이었다. 참케어는 공기펌프로 손목을 조이는 대신 시곗줄(스트랩)을 당기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해외 경쟁사도 공기펌프를 손목시계 크기로 줄일 수 없어 이런 제품을 못 내놓고 있었다”고 말했다. 참케어는 시곗줄을 조이며 혈압을 재는 기술로만 특허 3개를 등록했다. 자고 있을 때도 혈압을 잴 수 있다. 이 대표는 “1시간30분 동안 완전 충전하면 3일간 사용할 수 있다”며 “최대 100회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21년 코스닥 상장 목표

참케어는 수출 쪽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 ‘메디카’에 H2-BP를 내놓자 행사 관계자 150여 명이 직접 혈압을 측정해봤다. 이 대표는 “유럽에서 독점 판매 권한을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며 “현지 의료기기 인증을 받는 대로 유럽과 미국에 수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2-BP의 기능은 현재 두 개다. 시간을 보거나 혈압을 측정하는 용도로만 쓸 수 있다. 참케어는 조만간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도 연동해 ‘진짜 스마트워치’처럼 쓸 수 있는 제품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광센서를 이용한 의료기기 인증에도 도전한다. 혈압을 측정할 때 손목의 높이(고도)를 바꿔 2회 측정하면 오차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원리를 이용했다. 이 대표는 “내년 말이면 광센서를 이용한 소형 제품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H2-BP가 세계 시장에서 자리 잡으면 2021년께 코스닥 상장에도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