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국무회의 의결을 하루 앞두고 긴급 관계장관 회의를 열었다. 회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집했다. 최대 쟁점인 주휴시간(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시간)을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참석자 간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는 23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과 함께 비공식 회의를 열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담긴 주휴시간을 논의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무회의 처리를 하루 앞두고 문제 제기가 있어 부총리가 사안을 논의해보고자 회의를 소집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노 실장 주재 차관회의에서 지난 8월 고용부가 입법예고한 개정안을 확정했다. 개정안은 월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다툴 때 시급 환산을 위한 기준시간에 모든 유급휴일을 포함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근로자가 받은 임금 중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실제 근로한 시간(월 소정근로시간 174시간)으로 나눠서 위반 여부를 판단해왔다. 반면 개정안은 법정 주휴시간(일요일)은 물론 노사가 약정한 유급휴일(토요일)도 기준시간에 넣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에게 연봉 5000만원 이상을 지급하는 기업도 최저임금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이날 회의에서도 법정 주휴시간이 아닌 약정 유급휴일에 대한 처리가 쟁점이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성 장관이 특히 약정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계산에서 제외할 것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견이 나오면서 당초 오후 3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예정된 회의가 2시간30분으로 길어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는 최종 결론을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홍 부총리가 저녁에 이낙연 국무총리를 따로 만나 최종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는 지난 8월 입법예고 당시부터 개정안에 반발해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7개 경제단체는 지난 17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야당도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지난 20일 “나라 경제가 망하든 말든, 대통령과 대법원이 뭐라고 하든 말든, 눈치도 없고 요령도 없는 고용부”라고 비판했다. 고용부도 반발을 의식해 지난달 약정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계산에서 제외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재입법예고를 검토했다가 내부 논의를 거쳐 철회하기도 했다.

정부는 주휴시간과 관련한 개정안 완화를 깊이 있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원안대로 상정한 뒤 현장에서 주무 부처인 고용부가 수정안을 제시하면, 그 안을 놓고 추가 논의해 의결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고용부는 개정안을 내년 1월1일부터 곧바로 시행하지 않고 최저임금 결정구조 등의 논의를 마치기로 한 2월까지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바꾸는 법 개정 과정에서 시행령 개정도 다시 논의하는 것을 열어두는 방안이다. 정부 관계자는 “최종 결론은 국무회의에서 낼 것”이라고 말했다.

■ 주휴일·약정휴일

근로기준법 5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했다면 주말 이틀을 쉬어도 하루(주휴일)는 일한 것으로 간주해 수당(주휴수당)을 줘야 한다. 법정 주휴일 외에 노사가 단체협약으로 유급휴일로 정한 날(통상 토요일)은 약정휴일이라고 한다.

임도원/백승현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