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SK하이닉스가 경기 용인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투자가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 등을 고려해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인허가 규제를 전향적으로 풀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본격적인 투자가 2020년 이후 중장기로 이뤄질 예정이어서 실제 투자 여부는 반도체 시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용인에 반도체 공장 설립 추진
기업 투자하면 수도권 규제도 푼다

18일 정부와 SK하이닉스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후보지로 용인 지역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10월 완공 예정인 이천 ‘M16’ 반도체 공장 이후의 투자 지역을 모색하다가 정부로부터 ‘수도권 지역에도 신규 공장을 허가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현행법 하에서도 국토교통부 수도권 정비위원회 심의만 통과하면 수도권 공장 투자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에 SK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이 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과 동반 입주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경기 파주에 건설된 LG디스플레이 투자 사례를 유심히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는 올 들어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세울 부지를 본격적으로 물색했다. 경기 이천과 청주 공장엔 더 이상 투자할 부지가 남아 있지 않아서다. 이천 공장은 19일 첫 삽을 뜨는 M16 공장이 완공되면 추가 투자할 땅이 없다. 청주 공장도 지난 10월 낸드플래시 전용 라인인 ‘M15’가 완공된 뒤 신규 투자할 부지가 사라졌다.

지자체, 투자 유치 경쟁 가열

산업부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새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부지를 선정하고 부지 조성 및 기초 공사 등에 1조6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에 2028년까지 10년간 총 120조원이 투자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인 삼성전자 평택 1기 라인과 같은 반도체 공장을 4개 지을 수 있는 돈이다.

SK하이닉스는 이천 및 청주 공장과 멀지 않고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출퇴근할 수 있는 공장 부지를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대규모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양질의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뿐 아니라 청주 등도 SK하이닉스가 투자를 결정하면 공장 부지와 인프라 등을 제공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만 수도권 지역에 대규모로 투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새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면 대규모 부지가 필요할 뿐 아니라 전력과 용수 등 인프라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하고 지역 주민들의 민원도 해결해야 한다. SK하이닉스가 2015년 이천 본사에 준공한 M14 공장도 각종 규제에 막혀 공장 증설 신청 이후 완성까지 7년이 걸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장기 투자를 위해 신규 공장 부지가 필요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지역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좌동욱/조재길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