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씩 흑자내던 발전사 '깡통 공기업' 전락…"내년 초긴축 경영 돌입"
올해 2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낼 것이라고 지난 8월 공시한 한국남동발전은 이달 들어 재무계획을 다시 짜고 있다. 연간 누적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돼서다. 2016년 4800억원, 작년 1757억원의 순이익을 냈던 회사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예산감축 등 비상경영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발전회사 여섯 곳이 ‘무더기 적자’ 공포에 휩싸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원전 이용률이 급감한 상황에서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값까지 뛴 게 원인이다. 발전 공기업은 내년 경영계획을 ‘초긴축’으로 짜기 시작했다.

발전사 “예산 다 줄여라”

한수원 등 6개 발전사는 김대중 정부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계획’에 따라 2001년 4월 한국전력공사에서 분리됐다. 이들이 올해 동시 적자를 기록하면 창사 이후 두 번째가 된다.

2015년부터 2년 연속 2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한수원은 탈원전 원년인 작년에도 8600억원의 이익을 냈으나 올해는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4000억~5000억원씩 흑자를 냈던 화력발전사도 올해는 이례적으로 200억~300억원씩 적자를 낼 것이란 분석이다.

각 발전사에서 전기를 ‘도매’로 구입해 소비자에게 재판매하는 한전의 적자 폭은 훨씬 크다. 2015년 13조4200억원, 2016년 7조1500억원의 이익을 냈으나 작년 순이익이 1조4400억원으로 쪼그라든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1조1690억원의 손실을 냈다. 한 발전사 임원은 “원전 이용률이 확 높아지기 전까진 실적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수천억씩 흑자내던 발전사 '깡통 공기업' 전락…"내년 초긴축 경영 돌입"
원전 이용률 50~60%로 추락

발전 및 전력 공기업의 실적 부진은 원전 이용률이 급락한 데 있다는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원전 이용률은 2016년까지만 해도 평균 80~90%에 달했지만 지난해 71.2%로 떨어진 데 이어 올 상반기 50~60%에 그쳤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안전 점검’을 명목으로 한창 가동 중이던 원전을 속속 멈춰 세운 데 따른 것이다. 올 상반기엔 전체 24기의 원전 중 절반 가까이가 멈추기도 했다. 2022년까지 운영될 예정이던 월성 1호기는 지난 6월 아예 폐쇄됐다.

원전 이용률이 떨어질수록 한전과 발전 자회사의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 원전의 전력 단가가 워낙 저렴해서다. 원전이 없는 일반 화력발전소도 전력거래소의 정산조정계수(전력·발전 공기업 간 이익 및 손실 조정치)에 따라 원전 이용률 하락의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한전의 올 1~10월 원자력 구입 단가는 ㎾h당 평균 60.85원으로, 모든 연료 중 가장 낮다. LNG(118.07원)의 절반, 신재생(173.38원)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전은 단가가 싼 원자력 구입을 줄이는 대신 LNG·신재생 구입을 크게 늘렸다. 한전의 올 1~10월 원자력 구입비는 6조309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1% 줄었다. 반면 LNG 구입비는 같은 기간 37.0%, 신재생은 85.2% 급증했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당국 방침에 따라 단가가 비싼 LNG와 신재생 전력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었다”며 “한전 적자 폭이 워낙 클 것으로 예상돼 발전 자회사들이 정산조정계수 조정을 통해 재무 부담을 나눠 갖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재생 투자…부채비율 급증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 투자를 늘려야 해서다. 한국경제신문이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한수원 중기 경영목표’에 따르면 작년 말 114.2%이던 이 회사 부채 비율은 올해 말 132.5%로 예상됐다. 부채 비율은 매년 늘어 5년 후인 2023년 154.6%로 전망됐다. 683㎿인 신재생 설비 용량을 2023년 1014.67㎿로 확대하기 위해선 빚을 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남동발전 역시 올해 말 110.7%인 부채비율이 2022년 162.0%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부채는 5조5000억원에서 9조3000억원으로 확대된다. 매년 이자 비용만 2500억원에 달할 것이란 게 자체 분석이다. 최 의원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초우량 회사들이 불량 공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결국 전기요금 상승 등으로 국민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