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2016년 6월 경남 김해점 이후 신규점을 열지 않았다. 마트 시장 포화에 온라인쇼핑 확산으로 1990년대 중반 이후 20여 년간 지속돼온 ‘마트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장사가 안 되는 점포 정리에 나섰다. 지난해 장안점(서울)과 학성점(울산), 올해 시지점(대구)과 부평점(경기)의 문을 닫았다. 대신 코스트코홀세일과 같은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는 4곳이나 더 늘렸다. 이마트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이 시간이 갈수록 마트를 외면한다는 점이 위기의 본질”이라며 “과거와 비슷한 콘셉트의 오프라인 점포로는 성장은 고사하고 경쟁력을 유지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 대형마트 출점공식을 깼다
이마트가 13일 경기 의왕시 오전동에 새 점포(조감도)를 낸다. 2년6개월 만에 개점하는 대형마트다. 주상복합 건물 지하 1~2층에 매장 면적 9917㎡(약 3000평) 규모로 들어서는 의왕점은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미래형 마트’를 표방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공식을 과감히 파괴해 한계에 직면한 마트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이두섭 개발담당 상무)는 설명이다.

의왕점은 우선 종이가 없는 디지털 매장이다. 법적 고지사항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종이를 쓴다. 전자가격표시기를 도입해 종이 가격표를 대체했다. 전자가격표시기는 무선통신을 기반으로 중앙 서버에서 가격 등 상품정보를 수시로 편리하게 바꿀 수 있는 디지털 장치다. 무빙워크 엘리베이터 등 소비자의 동선과 계산대, 고객만족센터 등엔 종이 포스터 대신 LED(발광다이오드)와 LCD(액정표시장치) 게시판인 디지털 사이니지를 설치했다. 특히 신선식품 매장에는 국내 대형마트로는 처음으로 반응형 디지털 사이니지가 갖춰졌다.

의왕점에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안내로봇 ‘트로이(Tro.e)’도 시범 운영된다. 트로이는 신뢰를 뜻하는 스웨덴어 ‘tro’에 이마트를 뜻하는 ‘e’를 조합한 것으로, 이마트가 평창동계올림픽 안내로봇 공급사인 퓨처로봇과 함께 개발했다. 트로이의 27인치 터치 스크린을 사용하면 상품이 진열된 곳까지 안내받을 수 있다. 향후엔 일상적인 대화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도 추가될 예정이다.

마트와 일렉트로마트 등 전문점들의 결합도 의왕점의 특징으로 꼽힌다. 이마트는 이를 위해 신선식품 공산품 등을 판매하는 매장을 축소하고 전체의 절반을 전문점으로 채우는 파격을 시도했다. 반복 구매 빈도가 높은 식료품 중심으로 지하 2층(약 4950㎡·1500평)에 배치한 마트의 매장 면적은 기존 점포의 절반 수준이다.

대신 1층에는 가전전문점인 일렉트로마트(1322㎡·400평), 만물상 콘셉트의 잡화점인 삐에로쑈핑(826㎡·250평), 자체상표 의류전문점 데이즈(661㎡·200평), 헬스&뷰티 스토어 부츠(99㎡·30평) 등 이마트가 운영하는 4개 전문점을 한꺼번에 들였다. 2015년 6월 이후 30개까지 매장이 증가한 일렉트로마트와 젊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삐에로쑈핑이 이마트 점포에 동시에 입점한 건 의왕점이 처음이다.

의왕점은 온·오프라인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매장 배치 단계에서부터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구축했다. 기존 이마트 매장은 기타 공간을 변형해 점포에서 배송이 이뤄지는 ‘온라인센터’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달리 의왕점은 매장 설계 단계부터 최적의 장소를 선정해 온라인센터를 배치했다. 점포 기반의 배송 경쟁력을 갖춰 급성장하는 온라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