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 운동가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슈나이더가 6일 방한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심의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모임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옛 원자력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독일 출신인 슈나이더는 1992년부터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단체 등과 함께 원전산업동향 보고서를 작성해왔다. 2014년 당시 국회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에너지 전환 자문에 응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원전 축소는 세계적인 추세”라며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이 모두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에 탈원전 반대 진영은 “세계적으로 원전 발전량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에선 원전의 경제성이 탁월하다”고 반박했다.
"원전은 멸종위기라는 탈원전 운동가 주장 틀렸다"
슈나이더 “중국 빼면 원전 감소”

슈나이더는 “세계 전력 공급량 중 원전 역할이 감소하고 있어 멸종 위기”라며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원전 발전량은 최근 3년 연속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작성한 원전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원전 발전량은 전년 대비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풍력발전은 17%, 태양광발전은 35% 증가했다. 슈나이더는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9~2017년 미국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비용이 각각 86%, 67% 낮아졌는데도 원전 비용은 20% 높아졌다는 미국 투자은행 라자드의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親원전 진영 “원전 회귀가 트렌드”

탈원전 반대 단체들은 이런 슈나이더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2011년 후쿠시마 사태 이후 각국의 원전 규제가 강화된 건 사실이지만 뛰어난 안전성과 경제성으로 상당수 국가가 원전 발전을 오히려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에 따르면 세계에서 원전을 운영하는 31개국 중 원전을 축소·폐지하기로 한 나라는 한국과 독일, 스위스, 벨기에, 대만 등 5개국뿐이다. 전체의 87%(27개국)에서 원전을 확대·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별도로 원전을 건설 중이거나 추진하는 나라도 13개국에 달한다. 슈나이더의 원전산업동향 보고서에도 2011~2018년 신규 가동에 들어간 원자로가 48기로, 같은 기간 폐쇄된 42기보다 6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을 제외하면 작년 원전 발전량이 오히려 감소했다는 슈나이더 주장에는 “중국의 원전 기여분을 빼려면 재생발전 부문에서도 중국을 제외해야 맞다”고 했다. 작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의 45%가 중국에서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원전은 경제성과 효율성, 안전성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발전원이란 게 이미 검증됐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채 안전성을 얘기하는 건 기술에 대한 합리적 평가가 아니다”며 “원전산업이 최고인 한국 현실에서 원전은 태양광이나 풍력에 비해 훨씬 나은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조재길/서민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