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노동 이슈뿐만 아니라 산업 구조조정에도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자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사노위가 이미 친(親)노동계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산업 구조조정 논의에 개입할 경우 양대 노총의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산업 경쟁력 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구조조정 작업이 경사노위 개입으로 자칫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출범한 경사노위는 산하에 금융·해운·보건의료·공공기관 등 4개의 의제별 위원회를 뒀다. 이 중 해운산업위원회가 23일 발족 회의를 열고 가장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해운산업위는 발족식에서 “해운산업 재건을 추진하고 신규 선박 도입을 통한 고용 확대 및 선원 정규직화 등을 다룰 것”이라고 선언했다.

해운산업위 출범으로 ‘발등의 불’인 현대상선 구조조정 작업부터 표류할 것이란 예상이 있다. 현대상선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은 지난 8일 “현대상선의 안이한 임직원은 전부 해고하는 고강도 경영혁신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력 감축 시 해운산업위가 강하게 반대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근로자도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산업 구조조정 문제는 노조가 참여하지 않고는 (해결이) 대단히 어렵다”고 했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논의 테이블 참여 조건으로 더 많은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개입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태정 민주노총 금속노조 정책국장은 지난 9월 경사노위가 주최한 조선산업 구조조정 토론회에서 “과거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공통적으로 노조의 양보와 희생만 존재했다”며 “경사노위 산하에 조선업종위원회 설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력 감축이 기업 구조조정의 기본인데 노조 참여 시 첫 단계부터 진행이 안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이 잘못돼도 경사노위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