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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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재테크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변동성이 크다 보니 섣불리 투자하기 망설여지는 상황이다. “올 연말만큼 재테크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때도 없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 등 5개 은행의 대표 재테크 전문가 5명은 당분간 재테크 혼란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때라고 조언했다.

◆안전자산 확보에 초점 맞춰야

전문가들은 올 연말 재테크 환경이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현식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강남스타PB팀장은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불확실성이 큰 와중에 기업 전반의 이익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당장 이런 불확실성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할 만한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향성 예측 불가…위험자산 비중 줄이고 리스크 관리 집중할 때"
박진석 KEB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클럽 PB팀장은 “올 연말은 주택 가격, 증시 상승의 영향으로 재테크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일색이었던 지난해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며 “증시 하락, 9·13 부동산 대책에 따른 부동산 경기 둔화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선미 우리은행 본점 영업부 PB팀장은 “연말 재테크 환경을 날씨에 비유하면 ‘먹구름을 동반한 국지성 호우와 태풍주의보로 외출이 꺼려지는 날씨’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안전자산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고 정 팀장은 조언했다.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유동성 자산 비중을 늘리란 얘기다. 정 팀장은 “현금성 자산에 준하는 금융상품과 투자등급이 우량한 회사채를 주목할 만하다”며 “유동성, 안정성, 수익성을 두루 고려해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대응해보라”고 전했다.

김 팀장도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리스크 오프 모드(risk off mode)’가 바람직하다”며 “현금 비중을 높이면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일 방법을 적극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환율 하락 때마다 달러 비중을 높여 통화를 분산하면 장기적으로 유용한 재테크 전략이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방향성 예측 불가…위험자산 비중 줄이고 리스크 관리 집중할 때"
◆금리 인상 감안은 필수

시장이 급락할 땐 분할매수형 펀드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형리 농협은행 WM연금부 차장은 “하락하는 구간마다 일정 비율의 자금을 분산해 투자하는 분할매수형 펀드가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오는 12월까지는 연금펀드,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저가매수할 기회가 있을 테니 분산투자를 권유한다”며 “새액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을 고려한 재테크 전략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은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채권형 펀드는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하라고도 했다. 김은정 신한은행 PWM분당센터 팀장은 “금리 인상 추진으로 채권가격 변동성이 커진 만큼 단기우량채 투자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특히 금리 상승 및 기업이익 증가세 둔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선 성장주 펀드보다는 가치주 펀드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며 “가치주 펀드는 배당을 많이 하고 재무제표가 우수한 기업 위주로 보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달러정기예금도 추천했다. 포트폴리오상 안전자산을 보유하는 측면인 데다 원화 대비 예금금리가 높아서다. 박 팀장은 올 연말 재테크 방법으로 우량 등급의 회사채나 해외에서 발행한 한국기업 채권 등 확정금리부 상품을 추천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투자에 대해서는 “당분간 관망할 필요가 있다”고 공통 의견을 보였다. 정 팀장은 “올 연말은 경기수축 국면, 글로벌 성장률 둔화로 어려움이 많은 시기”라며 “내년에는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방어 전략이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