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가운데)과 이주영 국회 부의장(오른쪽) 등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현대로템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가운데)과 이주영 국회 부의장(오른쪽) 등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김승탁 현대로템 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현대로템 생산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26일 경남 창원시 대원동 현대로템 공장. 한쪽에 미완성 K2전차 59대가 주차돼 있었다. 대당 약 80억원짜리로 2016년부터 육군에 공급됐어야 하는 전차들이다. 핵심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2년째 공장에 방치돼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자동차로 치면 엔진에 해당하는 파워팩의 변속기 납품이 지연됐다”며 “2016년부터 파워팩 없는 K2가 하나둘 쌓여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규백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 8명이 이날 이 공장을 방문했다. 오는 29일 열리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K2전차의 전력화가 늦어진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최대 1700억원 물어내야

K2전차 사업은 1995년 ‘우리 손으로 새 전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했다. 2015년 1차 생산분 100대가 실전 배치됐고 지금은 106대 규모의 2차 생산 사업이 진행 중이다. 두산인프라코어와 S&T중공업, 현대위아 등이 부품을 공급하면 현대로템이 전차를 최종 조립하는 구조다. 1, 2차 생산에만 2조1500억원이 투입됐다. 2022년 이후 진행될 3차 생산까지 합하면 총사업비는 3조5000억원에 달한다.

2차 생산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한 것은 2016년 1월 방위산업추진위원회의 내구도 시험에서 국내 업체의 변속기 결함이 발견되면서부터다. 파워팩은 변속기와 엔진으로 구성된다. 이후 1년간 5차례 추가로 진행된 내구도 시험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다. 방위산업추진위는 지난 2월 1차 생산 때 썼던 독일제 변속기를 납품하기로 했다. 2016년 말로 예정됐던 K2전차 납품 개시일은 2020년 3월 이후로 늦춰졌다.

납품 지연으로 현대로템은 최대 1700억원 규모의 지체상금을 부담하게 됐다. 지체상금은 계약의 이행이 늦어지면 지체된 금액에 대해 하루에 계약액의 0.075%만큼 방사청이 계약 업체에 부과하는 벌금이다. 방사청은 납품 개시일보다 늦어진 1530일 가운데 645일이 현대로템의 책임이라고 판단했다. 현대로템은 하루 2억3000만~2억6000만원의 지체상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수출 전선에도 ‘빨간불’

현대로템은 지체상금 부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통상 납품 지연이 발생하면 공급업체가 지체상금을 내는 게 맞지만 최종 조립업체가 책임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얘기다. 또 방사청이 변속기 내구도 시험에만 1년가량을 소비한 점도 문제로 지적한다.

지체상금 부담이 현대로템 협력업체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로템의 협력업체는 1100개로 직원 규모는 4만여 명에 달한다. 수출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중동 지역 수출을 위해 현지 관계자들을 접촉하고 있는데 납기 지연 문제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다.

지체상금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에 무기를 들여와 판매하는 외국 업체는 상한제가 있어 아무리 납품이 지연돼도 사업비의 10%만 내면 된다. 하지만 국내 업체에는 상한이 없어 지체상금이 과도하게 부과된다는 얘기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