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직원에게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복지 처우를 적용하는 것에 일부 제동을 걸었다. 전례 없이 대규모로 전환되는 비정규직 직원의 복지 처우를 정규직 직원과 100% 같게 한다면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정규직化로 재정 부담 '눈덩이'…정부도 우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각 공공기관에 ‘정규직 전환자 임금체계 관련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정규직 전환자에 대한 퇴직금 누진제 적용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고용부는 “일부 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자에게 퇴직금 누진제 적용을 검토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런 방식은 중장기적으로 과도한 재정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직원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만으로 퇴직금 누진제가 적시된 단체협약을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단체협약 유효기간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직원은 단체협약 체결 시 적용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퇴직금 누진제는 퇴직 전 3개월 평균 임금에 근속기간뿐만 아니라 일정한 추가 기간을 곱해 퇴직금을 산정하는 제도다. 예컨대 5년 근무한 직원에게는 근속기간 5년에 2년을 더해 7년을, 10년 근무한 직원에게는 3년을 더해 13년을 3개월 평균 임금에 곱해 지급하는 식이다. 기획재정부가 2014년 공공기관 방만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 “퇴직금을 누진해서 지급하지 말라”고 지시하면서 상당수 기관이 퇴직금 누진제를 폐지했지만 일부 기관은 그대로 운용하고 있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자에 대한 호봉제 적용도 폐지하고 직무급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인데, 호봉제를 유지한 채 전환하면 막대한 재정 부담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20만여 명에게 연 1000만원어치의 임금과 복지 혜택이 추가되면 연 2조원의 비용 부담이 생긴다. 더구나 호봉제는 시간이 갈수록 재정 부담이 몇 배로 커지는 구조다.

하지만 노동계 반발로 직무급 전환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직원에 대해서도 호봉제와 복지 혜택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력들의 임금 인상, 복지 개선 등 요구에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인건비 상승 누적으로 공공부문 전체가 부실화돼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