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필드 위 '女風' 덕에 활짝 웃는 골프산업

女골퍼 '골프=패션' 인식 강해
의류 구매자 비중 40~50% 차지
컬러볼·클럽 수요도 해마다 급증

의류브랜드 매년 10여개 생겨나
아웃도어·여성복까지 잇단 진출
패션산업 전반 생존싸움 본격화
“여성들은 남성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원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조카이자 PR의 창시자로 불리는 에드워드 바네이스가 한 말이다. 그는 이 심리를 마케팅에 활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바네이스 말대로 지난 100년간 여성들은 남성의 영역으로 거침없이 넘어왔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남성 중심의 스포츠 골프시장도 그 영향권에 들었다. 여성 골퍼들이 시장을 뒤흔들고 있

서울 강남에 사는 정연선 씨(57)는 동네 친구들과 동호회 ‘숙녀회’를 결성해 자주 골프를 치러 간다. 라운드 참여 인원은 평균 30여 명. 정씨는 “골프장에서 주로 월요일에 시행하는 ‘레이디 데이’를 잘 맞추면 그린피를 아낄 수 있다. 거리가 먼 골프장은 버스를 보내줘 부담 없이 골프를 칠 수 있다”고 말했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골프의류 시장을 키운 건 숙녀회 회원과 같은 여성 골퍼다. 국내 골프의류 시장은 지난해 3조70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대비 22% 성장했다. 올해는 4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국내 골프의류 브랜드는 100개가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시장 규모는 아웃도어의 60~70% 수준이지만 브랜드 수는 두 배가 넘는다. 골프의류업계 관계자는 “여성 골퍼는 ‘골프=패션’으로 인식한다”며 “유명 여자프로 선수가 대회에 입고 나오는 옷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세트로 요구하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그래픽=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골프의류 구매 여성 비중 40~50%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매년 평균 최소 10여 개의 골프웨어 브랜드가 생겨났다. 지난해 기준으로 백화점 내 아웃도어 의류 평균 브랜드 수는 15개인 데 비해 골프의류 브랜드 수는 27개에 이른다. 패션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해 있지만 골프의류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여성과 젊은 층 등으로 골프 이용 인구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는 의류 브랜드 매출구조에 그대로 나타난다. 골프의류 브랜드 먼싱웨어는 전체 구매자의 58%가 여성이다. 타이틀리스트어패럴의 여성 구매자 비중은 2013년 시판 당시 30%에서 최근 45%로 증가했다. 데상트골프의 여성 구매자 비중도 매년 꾸준히 늘어 올해 7월 기준으로 45%를 기록했다. 지난해 까스텔바작의 구매자 가운데 여성 비중은 55%다.

골프용품 시장에서도 여성 골퍼는 큰손이다. 지난해 핑골프의 여성 클럽 매출은 2013년에 비해 4배 급증했다. 최근 PXG의 여성 구매자도 지난해에 비해 약 30% 늘었다. 국내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은 올해 여성 골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무광 컬러볼 ‘비비드’ 신제품으로 ‘비비드 라이트’와 ‘비비드 소프트’를 출시했다. 지난해 비비드 판매량은 100만 박스(1박스=12개)였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72만 박스가 팔려 지난해 판매량을 넘어설 전망이다. 볼빅 관계자는 “컬러볼의 주고객층은 여성”이라며 “여성 고객이 핑크 등 다양한 색상의 공을 선호해 컬러볼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고 했다.

소득 수준의 증가, 대중 골프장과 스크린골프의 인기 등도 골프 이용 인구가 늘어난 요인이다.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골프 인구는 469만 명으로 6년간 연평균 12%가량 증가했다. 골프의류 MU스포츠를 운영하는 해피랜드코퍼레이션의 신재호 대표는 “선진국 사례를 보면 소득 수준 2만5000달러 정도에 골프를 많이 친다”고 말했다.

신규 브랜드가 시장 파이 키워

250만 女골퍼 '필드의 색깔'을 바꿔놓다… 골프웨어 시장 4조 육박

골프의류 브랜드가 급증한 것은 성장성을 보고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용품 업체는 물론 아웃도어, 여성복 업체까지 잇따라 골프의류 시장에 진출했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강자가 없는 가운데 최근 5년간 새로 진입한 브랜드들이 급속히 성장해 롤 모델을 제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골프의류 브랜드 가운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주요 브랜드론 루이까스텔(2007년) JDX멀티스포츠(2010년) 와이드앵글(2014년) 까스텔바작(2015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세 개 브랜드가 최근 5년 새 골프의류 판매를 시작했다. 업계에선 “신규 브랜드가 골프의류 시장 파이를 키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성복 업체 패션그룹형지는 2014년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인 까스텔바작의 국내 의류 및 액세서리 상표권을 취득, 2015년 골프의류 사업에 나섰다. 트렌드에 맞춰 ‘골프는 아트다’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여성 젊은 층이 선호하는 디자인의 제품을 기존 값비싼 골프의류에 비해 낮은 중가 정도에 내놓은 전략이 통했다. 형지는 골프의류 성공에 힘입어 2016년 프랑스 본사를 인수, 일본을 제외한 세계 모든 나라의 판권과 상표권을 보유하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대만 등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

올해는 아웃도어 의류업체 블랙야크가 골프의류 브랜드 힐크릭을 선보였다. 내년엔 해피랜드가 일본 골프용품 브랜드 스릭슨의 골프의류를 내놓을 예정이다. 한섬 창업자인 정재봉 회장과 문미숙 감사도 골프의류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에 따라 시장 경쟁은 가열될 전망이다. 골프의류업계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 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브랜드도 적지 않다”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설리/조희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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