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중통령(중소기업 대통령)’으로 불린다. 장관급 예우를 받는 경제 5단체장 가운데 한 명으로 영향력이 크다. 4년에 한 번 치르는 선거도 그만큼 치열하다. 다음 선거는 내년 2월 말. 6개월가량 남았지만 회장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들은 벌써 물밑에서 득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물밑에서 움직이던 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8년간 회장을 지낸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이 다시 한 번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의 재출마는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거물의 재등장이란 점에서 선거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선거에서 가장 유리한 현직에 있는 박성택 회장은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거물' 김기문 재등판… 벌써 달아오르는 '中통령' 선거
김기문 변수의 등장

공식 비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지난 선거에 나왔던 이재광 광명전기 회장을 비롯해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 등이다. 변수가 없다면 후보군 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김기문 회장이 재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경남 진해마천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조합 대표가 아니면 중앙회장에 출마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100% 출마 쪽으로 결론을 낸 것은 아니지만 일단 준비는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대표로 등록했다”며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혔다.

강력한 후보 중 한 명인 이재광 회장은 반발하고 있다. 그는 3년 전 회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박성택 회장에게 밀려 고배를 마셨다. 다시 출사표를 던지고 세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말 서울 잠실교통회관에서 지지모임인 중소경제인정책연대가 ‘한국 경제의 미래와 중소상공인의 대응’이라는 주제로 연 세미나에는 100여 명의 이사장(회장)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장들이 중앙회장 선거의 유권자다. 이 와중에 김 회장이 재출마를 선언하자 중소경제인정책연대 관계자는 “원로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성택 회장은 불출마

중앙회 부회장이자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인 원재희 대표는 지난 5월 ‘2018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원 대표는 박 회장과 가까운 사이로 “박 회장이 출마하지 않으면 해보겠다”고 출마 선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중앙회 부회장인 이재한 대표는 여권 인사라는 점을 앞세워 표를 모으고 있다. 그는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용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차남이며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의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중앙회 부회장을 12년째 맡고 있는 주대철 대표는 2003년 이후 정보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아 5연임하고 있다.

선거의 후유증

중앙회장 선거인단은 중앙회 정회원인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중소기업 관련 단체장 등 500여 명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득표하면 당선되고, 과반수를 얻은 후보자가 없으면 1·2위 득표자 간 결선투표를 치른다.

중앙회장은 정부의 주요 경제 관련 회의에 초대되는 등 경제계 귀빈으로 대접받는다. 정부 부처나 국회에 대한 영향력도 있다. 350만 중소기업인을 대표하기 때문에 주어지는 권력이다. 회장은 부회장 23명과 이사 30명 등 전체 조합원의 10%가량을 임원으로 선임할 수 있다. 승자가 쥐는 권력이 큰 만큼 선거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특정인이 회장이 되면 반대파는 4년 뒤를 기약할 수밖에 없어 선거와 관련된 각종 소송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차기 중앙회장은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침체가 겹쳐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큰 어려움에 직면한 시기에 선출된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중앙회장 선거가 중소기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지혜를 모으고, 목소리를 키우는 데 도움이 돼야지 권력과 감투를 위한 장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