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지난 7~9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플래시메모리 서밋’에 참가해 96단 낸드플래시를 선보였다. 기존 3차원(3D) 낸드플래시보다 개선된 제품이라는 의미에서 ‘4D 낸드플래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존 제품에서는 셀(데이터 저장영역) 옆에 배치했던 페리(셀 작동을 관장하는 영역)를 셀 밑에 배치해 공간 효율성을 높인 것이 핵심이다. 이를 PUC(페리 언더 셀)라고 부른다.

‘아파트’(낸드플래시)에 반드시 필요한 ‘주차장’(페리)을 종전에는 건물 옆에 지었다면 이번에는 공간 효율을 높이기 위해 지하에 뒀다고 이해하면 쉽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제품 크기는 물론 제조비용도 줄일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주력인 TLC(3비트 단위로 데이터 저장)에 4D 기술을 적용한 낸드플래시를 내년 상반기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기존 72단 3D TLC 낸드플래시와 비교했을 때 이번에 발표한 96단 4D TLC 낸드플래시 성능은 최대 30%, 전력 효율은 150% 높아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칩 크기는 30% 줄어들고, 생산성은 20% 늘어난다.

4D 낸드플래시 제품이 기존 3D 제품과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SK하이닉스가 4D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인 것은 그만큼 첨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빠른 속도로 따라오는 중국을 따돌리고 삼성전자 등 선두 그룹을 따라잡기 위해 시장에 선도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마케팅 전략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