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거부했다. 삼성생명에 이어 한화생명도 금감원의 즉시연금 일괄 지급 권고를 거부하면서 보험회사와 금융당국 간 갈등이 깊어질 전망이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법률 검토를 거쳐 이 같은 ‘불수용 의견서’를 이날 오후 금감원에 제출했다. 한화생명은 의견서에서 “다수의 외부 법률자문 결과 약관에 대한 법리적이고 추가적인 해석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불수용 사유를 밝혔다. 금융회사가 금감원의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삼성생명을 대상으로 제기된 민원을 심사한 결과 만장일치로 민원인 손을 들어줬다. 삼성생명이 최저보증이율(연 2.5%)을 지키지 않아 약관상 주게 돼 있는 연금과 이자를 덜 줬다는 것이 분조위의 설명이었다. 분조위는 지난 6월 한화생명을 대상으로 제기된 민원에서도 “삼성생명과 같은 경우”라며 미지급금 지급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어 즉시연금 가입자 강모씨에 대한 분쟁조정 결과를 근거로 전체 가입자 약 5만5000명에게 4300억원을 더 주라는 금감원의 권고에 일괄 지급은 거부하고 일부만 지급하겠다고 답했다. 금감원 추산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삼성생명에 이어 미지급금 규모가 크다. 일괄 지급할 경우 2만5000명에 850억원으로 추산된다.

금감원은 한화생명이 원칙적으로 월 연금 지급액이 최저보증이율을 밑돌 수 있다는 점과 만기 보험료 환급을 위해 다달이 연금 지급액에서 사업비 등을 뗀다는 것을 약관에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은 약관에 ‘적립액은 연금액을 차감해…(중략)…산출방법서에 따라 산출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고 반발해왔다. 매월 연금은 ‘만기환급금을 고려한 금액’을 지급한다고 표현해 일부 공제 사실을 약관에 명기하고, 연금액 지급 예시표에서도 차감액을 뗀 연금월액을 지급 사례로 들었다는 설명이다.

한화생명은 다만 이번 불수용은 지난 6월12일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민원 한 건에 국한된 것으로, 법원 판결 등으로 지급 결정이 내려지면 모든 가입자에게 동등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의견서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