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은산분리 완화에 힘을 실어주는 등 규제개혁에 첫발을 뗐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여전히 남아 있는 핵심 규제가 첩첩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매달 현장을 찾아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기로 한 만큼 기대는 커지고 있다. 다음 규제혁신 대상이 무엇이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래도 아직은 갈 길 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규제혁신 첫 현장 방문지로 분당서울대병원을 택했다. 문 대통령은 외국산 혈당계를 샀다가 고발당한 소아당뇨 환자 어머니의 사연을 듣고 “의료기기산업의 낡은 관행과 제도,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 (규제개혁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의료기기 인허가 규제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의료산업 규제를 풀기 위한 서비스산업발전법은 7년째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처음 발의된 이 법안은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시민단체가 “의료 민영화를 하려는 악법”이라며 처리에 반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법안 처리 협의가 가능하다는 의견으로 바뀌었다.

빅데이터의 기초가 되는 개인정보를 기업이 활용하기 쉽게 하는 것도 규제개혁 성패를 가를 주요 포인트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갑자기 취소한 이유 중 하나가 이날 논의하기로 한 개인정보보호 규제 완화에 대해 핵심 지지층인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의 다음 현장 방문이 개인정보 규제 개선(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쪽으로 잡힐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이 분야 규제 완화의 핵심은 비식별 정보(누구의 정보인지 확인할 수 없도록 조치한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활용할 수 있느냐다. 최근 들어서는 민주당도 개인정보 규제 완화를 큰 틀에서 동의하고 있다.

이태훈/강경민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