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프톱 수영장·유럽풍 디자인… 호캉스족 유혹하는 서울 신상 호텔들
지난해 93개 호텔이 국내에 새로 생겼다. 작년 말 기준 호텔 수는 1617곳에 이른다. 2012년 786개와 견줘 5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호텔 공급 과잉’이란 지적도 있지만, 호텔 소비자는 즐겁다.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좋은 호텔들을 이용할 수 있어서다. 호텔 간 경쟁으로 가격까지 저렴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국내 호텔의 1박 평균 요금은 2012년 13만457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해 2016년 11만5848원까지 떨어졌다.

새로 문을 연 호텔은 서울에도 많다. 최근 1년간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 ‘르메르디앙 서울’ ‘레스케이프’ 등 특급 호텔들이 줄줄이 영업을 시작했다. 이들 호텔은 차별화를 위해 루프톱 수영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이번 여름 해외여행 대신 국내에서 호젓하게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길 계획이 있다면 이들 ‘신상 호텔’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레스케이프 호텔 콘셉트 이미지
레스케이프 호텔 콘셉트 이미지
◆동대문 최대 호텔 지난달 문열어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은 지난달 영업을 시작했다. 수십여 개 호텔이 경쟁하는 동대문 한복판에 문을 열었다. 다른 호텔과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선 규모가 다른 호텔을 압도한다. 동대문 지역엔 100~200실 규모의 비즈니스급 호텔이 즐비하다.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의 객실 수는 총 532실에 달한다. 경쟁 호텔로 꼽히는 JW메리어트 동대문(170여 실)보다 훨씬 많다. 호텔(331실)뿐 아니라 장기 투숙객에 적합한 주방이 있는 레지던스(192실)도 갖췄다. 객실 유형이 12가지에 달해 ‘선택의 폭’이 넓다.

수영장은 이 호텔의 최대 강점 중 하나다. 동대문에서 유일하게 루프톱 야외 수영장을 운영한다. 북쪽으론 북한산, 남쪽으론 남산이 가까이 보인다. 요즘 같은 휴가 시즌에는 사람들로 늘 북적인다. 야외 수영장 바닥을 투명하게 한 것도 특색있다. 바로 아래층에 있는 실내 수영장이 훤히 보인다. 실내 수영장에서 위를 올려다 보면 야외 수영장과 하늘이 비친다.

키즈워터풀
키즈워터풀
야외 수영장 바로 옆에 있는 풀 사이드바 ‘더 소셜21’은 싱글 몰트 위스키, 와인, 칵테일 등 주류와 타파스, 카나페 등 한 입 거리 음식(핑거 푸드)을 제공한다. 제주도에서 가져온 ‘제주위트에일’ 맥주도 있다. 19세 미만은 이곳에 들어갈 수 없지만, 여름 성수기 기간인 오는 15일까지는 보호자 동반 입장을 허용했다.

객실마다 인공지능(AI) 스피커를 갖춘 것도 이 호텔의 특징이다. KT의 ‘기가지니’가 호텔 157실, 레지던스 137실에 도입됐다. 이 스피커를 통해 조명과 냉난방 등을 제어하고 룸서비스도 요청할 수 있다. 조민숙 총지배인은 “현재 내국인 투숙객 비중이 40~50%에 이를 정도로 호캉스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며 “이들을 위한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호텔은 오는 10월 말까지 국내 최대 규모의 디자인 전시회 ‘루나 파크전:더 디자인 아일랜드’와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총괄 디렉팅한 전시회다. 전시회 티켓 2장, 여름용 트라이탄 보틀 1개, 테이크아웃 음료 쿠폰 2장 등이 포함됐다.

◆ 유럽 느낌 살린 호텔들도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르메르디앙 서울 호텔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에 있는 르메르디앙 서울은 옛 리츠칼튼 서울을 대대적으로 개조해 작년 9월 문을 열었다. 르메르디앙은 글로벌 체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다. 세계 3대 디자인 기업 데이비드 콜린스 스튜디오가 디자인했다. 역동적인 유럽의 느낌을 살린 게 특징이다. 호텔 입구부터 로비, 객실, 레스토랑 등 호텔 곳곳이 현대 미술작품으로 채워졌다. 1층에는 2000㎡ 규모의 아트 센터 ‘M컨템포러리’도 운영 중이다.

서울 시내 호텔에선 보기 힘든 대형 발코니가 있는 객실도 있다. ‘발코니 스위트’로 불린다. 이 발코니에서 3명이 칵테일 파티를 할 수 있게 한 ‘레이디스 발코니 파티’ 패키지는 인기가 높다.

뷔페 레스토랑 ‘셰프 팔레트’도 특색 있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유럽식 뷔페’다. 전채 요리부터 디저트까지 지중해식 요리가 나온다. 또 모든 손님에게 와인을 무료로 주는 ‘와인 페어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음식이 있는 공간과 식사 공간을 완전히 분리해 여유 있고 안락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르메르디앙 서울은 호텔 곳곳을 여행하듯 다닐 수 있는 ‘르메르디앙 익스피리언스’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여름에는 4개의 이색 라운지를 만들어 커플, 아이가 있는 가족 등 다양한 고객들에 눈높이를 맞췄다.

‘시스타 가든’은 스페인 열대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실내 라운지다. 여름에 와인 테이스팅과 애프터눈티 세트를 즐길 수 있다. ‘더 바크 바’는 유럽의 도심 공원 느낌으로 만들어졌다. 야외 잔디 가든 스타일의 바&라운지다. ‘키즈 워터풀’은 아이들 풀장 등 어린이 물놀이 기구가 설치된 루프톱 야외 공간이다. ‘키즈 플레이’는 독특한 조형물이 있는 아이들의 실내 놀이터다. 르메르디앙 서울 관계자는 “지난달 21일과 28일 만실을 기록했고, 지난달 객실 점유율은 80%에 달했다”며 “호캉스하기 좋은 호텔로 입소문이 나 이달에도 점유율이 80%를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독자 브랜드 ‘레스케이프’도 올해 문을 연 호텔 중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퇴계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바로 옆에 지어진 이 호텔은 국내 최초의 ‘프렌치 스타일 부티크 호텔’이다. 우아함, 고풍스러움, 프랑스 스타일 등이 이 호텔의 키워드다. 19세기 유럽 귀족 사회에서 영감을 받아 감각적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객실마다 패턴이 다른 고급 실크 자수 벽지와 낮은 조도의 조명을 썼다. 꽃 문양의 캐노피 장식, 고풍스러운 가구 등도 배치했다.

또 홍콩 유명 중식당 ‘모트32’, 컨템포러리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 세계적 수준의 바텐더 알렉스 크라테나, 시모네 카포랄레 등이 있는 ‘마크 다모르 바’ 등 식음(F&B) 부문도 수준급으로 구성했다. 총 204개 객실 중 스위트룸이 약 40%인 80실에 이른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