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회장 "농협금융 新성장동력 확보… 디지털에 3천억 투자"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사진)은 26일 “변화추진국이라는 조직을 신설해 경영 체질 개선을 위한 30대 과제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 충정로 농협은행 본점에서 간담회를 열고 질적 성장을 올 하반기 화두로 제시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올 상반기를 기점으로 안정적 영업이익 창출 기반을 굳혔다고 본다”며 “앞으로는 신성장동력을 확충하며 질적 성장을 일궈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금융은 올 상반기 829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5127억원)보다 61.8% 증가한 수준이다. 당초 목표로 한 5106억원도 62.5% 초과달성했다. 2012년 농협금융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이다.

김광수 회장 "농협금융 新성장동력 확보… 디지털에 3천억 투자"
계열사별로는 농협은행 6684억원, NH투자증권 2449억원, 농협생명 501억원 등을 기록했다. 농협금융이 매 분기 농협중앙회에 납부해야 하는 농업지원사업비까지 포함하면 실제 순이익은 9650억원에 달한다. 김 회장은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 규모가 줄어든 데다 은행의 이자이익과 투자증권의 리테일 실적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올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50.9% 증가한 4394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순이익이 4000억원을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는 김 회장 취임 100일을 즈음해 향후 경영전략을 밝히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김 회장은 30대 체질 개선 과제 중 하나로 전 업권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제시했다. 보험은 보장성 위주, 카드는 전업카드사 수준의 책임경영, 자산운용은 수익률 개선에 방점을 두는 식이다.

또 다른 과제로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의 실적 평가 때 장기 성장동력 구상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김 회장은 “자회사 CEO들이 임기가 짧은 탓에 단기 계획에만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며 “중장기 계획에도 힘을 쏟도록 평가 항목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디지털, 글로벌, 범농협 시너지 강화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 “디지털 경쟁력 확보는 조직의 생사가 걸려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며 “연간 3000억원 규모를 디지털 분야에 투자하며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양재동 옛 정보기술(IT)센터를 외부 핀테크(금융기술)업체와 협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글로벌에 대해선 “국내 사업을 그대로 해외에서 수행하는 단순 사업이 아니라 파트너십 기반의 현지화 전략으로 공략할 것”이라며 “합작, 인수합병(M&A) 등 사업 모델을 다각화하겠다”고 말했다. 은행,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계열사 간 채널 및 고객을 연계한 밸류체인을 형성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농업인 금융이라는 정체성을 살리는 데도 공들일 계획이다. 김 회장은 “세계적인 투자가 짐 로저스가 농업을 향후 성장산업으로 꼽았지만 국내엔 농업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별로 없다”며 “농업 관련 ETF를 만들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