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 고갈 시기가 기존 예상보다 3~4년 빨라진 2050년대 중·후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보험료율 인상 논의가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고갈을 늦추기 위해선 언제가 됐든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가계와 기업에 추가 부담이 커 당장 보험료율 인상은 안 된다’는 측과 ‘계속 미루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다 떠넘길 것이냐’는 측이 팽팽히 맞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못 미뤄" vs "지금도 가계·기업 큰 부담"
◆기금 소진 시기 앞당겨질 듯

22일 각 부처에 따르면 최근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 기금 고갈 시기는 2056~2057년으로, 3차 추계(2013년) 때보다 3~4년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635조원 규모의 적립금이 2040년대 초반 2500조원 수준까지 불어났다가 이후 수지 적자로 급격히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재정 전망이 악화한 것은 예상보다 출산율이 더 떨어진 반면 기대수명은 늘었기 때문이다.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연금을 받을 사람은 늘었다는 의미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3%를 밑도는 것도 연금 재정에 악재다. 보건복지부 산하 재정계산위원회 관계자는 “주요 변수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고갈 시기는 다소 바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기금이 고갈되더라도 연금 지급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지금처럼 보험료를 쌓아뒀다가 지급하는 ‘적립방식’에서 연금 지급에 필요한 돈을 바로 걷어 바로 쓰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해서라도 연금을 주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과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필요한 보험료율은 월소득의 20%가 넘는다는 게 재정계산위 분석이다.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고갈 늦추려면 요율 인상 불가피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지급하는 연금액을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정부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액·올해 기준 45%)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한 만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정계산위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30년가량 늦추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이 13%대일 것으로 추정했다. 현행 보험료율(9%)보다 4%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20년간 9%에 묶여 있다. 이에 따라 국민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다음달 공청회에서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1%포인트만 높여도 큰 부담”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공식 추진하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보다 4%포인트 오르면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월 300만원을 버는 직장인의 경우 보험료는 현행 월 27만원(절반은 회사가 부담)에서 39만원으로 오른다. 연간 72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 부담도 그만큼 늘어난다.

그동안 보험료율 인상 시도 역시 번번이 실패했다. 1997년 정부 산하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보험료율을 12.65%까지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노동계 반발에 따라 정부 스스로 포기했다. 2003년엔 보험료율을 15.90%까지 올리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논의도 해보지 못한 채 폐기됐다. 2006년엔 12.9%까지 인상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정부는 이번에도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계산위 관계자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기업까지 부담이 늘기 때문에 보험료율 인상은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보완책으로 사적연금을 강화해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