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겠다며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을 마련한 데 이어 근로장려금 지급 규모도 3조8000억원까지 늘리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야는 작년 말 국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하며 근로장려금을 늘리는 대신 일자리안정자금을 단계적으로 줄이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내년에도 일자리안정자금 규모를 줄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일자리안정자금은 그대로 놔둔 채 근로장려금 규모만 세 배로 늘리자 “혈세 낭비”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어나는 '최저임금 땜질 처방'… 혈세 낭비 논란
◆국회 요구 거부한 정부

일자리안정자금은 올해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6.4% 인상되며 사업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됐다.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에게 월급 190만원 미만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작년 말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현금 직접지원 방식의 일자리안정자금 제도를 근로장려금 확대, 사회보험료 지급 연계 등 간접지원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한 추진 계획 및 진행 상황을 2018년 7월 국회에 보고하라”는 부대의견을 달았다. 근로자의 임금 상승 부담을 정부가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것을 둘러싼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간접지원을 포함한 제도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지난 18일 근로장려금 지급 규모를 1조2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늘린다고 발표하며 일자리안정자금과 근로장려금은 별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근로장려금과 최저임금을 연계하는 작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내년 일자리안정자금 규모를 다음달 결정해 예산안에 담을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10.9% 오르기 때문에 일자리안정자금 규모가 올해보다 축소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복 지원 피해야”

야당은 정부가 일자리안정자금 규모는 줄이지 않고 근로장려금 확대 방안만 발표하자 즉각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인 김종석 의원은 “한국당은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올해 도입한 일자리안정자금 예산 3조원을 근로장려금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며 “그러나 정부는 내년에도 일자리안정자금 3조원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일자리안정자금을 유지하면서 근로장려금 확대에 필요한 3조8000억원은 또 어디서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밝혀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놓고 그 충격을 국민 세금과 기업의 돈으로 돌려막을 궁리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근로장려금을 확대한다면 중복 지원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일자리안정자금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안정자금은 근로자가 아니라 사업주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이 돈이 저소득층 지원에 실제로 쓰이는지 불분명하다”며 “소득 하위 20%의 올 1분기 가계소득이 역대 최대인 8% 감소한 것만 봐도 일자리안정자금이 별 효과가 없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태훈/김일규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