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최지환 대표와 청년예술가들. 이은실(첼로·왼쪽부터), 김병욱(바이올린), 김소희(사무국), 박예지(플루트), 윤제경(사무국), 최 대표, 김양언(클라리넷), 정정희(타악기), 박나영(사무국), 전믿음(바이올린), 김도엽 씨(콘트라베이스). 영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 제공
영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최지환 대표와 청년예술가들. 이은실(첼로·왼쪽부터), 김병욱(바이올린), 김소희(사무국), 박예지(플루트), 윤제경(사무국), 최 대표, 김양언(클라리넷), 정정희(타악기), 박나영(사무국), 전믿음(바이올린), 김도엽 씨(콘트라베이스). 영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 제공
도시창조성 이론의 세계적 권위자인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창조도시일수록 보헤미안지수가 높다는 이론을 내놨다. 보헤미안지수는 도시에 작가 디자이너 음악가 배우 감독 화가 등 예술가가 얼마나 많이 사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그는 이 지수가 높을수록 지역의 인구와 고용이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에 창조계급이 머물 수 있도록 예술가의 꿈을 키워주고 예술교육으로 대구를 음악도시로 만드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클래식의 새로운 도전’이라는 슬로건으로 뭉친 14명의 예술가가 만든 사회적 기업인 영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대표 최지환)다. 오케스트라가 사회적 기업이 되려고 시도했을 때 주위에서는 무모한 도전이라며 모두 말렸다.

지금은 연간 50회의 정기공연, 기획 연주회와 신진 작곡가 공모전까지 열며 예술가들의 활동 기회를 보장한다. 대구시민과 청소년의 예술감성을 교육사업으로 발전시킨 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는 19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객원연주자를 포함한 65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과 협주곡을 연주하는 정기공연도 한다.

최지환 대표는 “아직 완전하게 자립한 오케스트라는 아니지만 예술가들의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매년 수준 높은 정기연주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공연에는 홀 대관과 연주자 초청 등 수천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사회적 기업을 처음 시작할 때의 다짐, 예술가들의 꿈을 이어가게 하자는 맹세를 잊지 않고 있다.

영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의 수익은 교육사업에서 주로 충당한다. 수익 활동이지만 예술가로서의 장점을 활용하고 시민들의 예술 욕구를 채워주는 사회 서비스를 강조하는 사업이다. 2014년부터 대구 동부교육지원청과 함께 해오고 있는 희망음자리 청소년오케스트라는 동구지역 6개 초·중학교 학생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단이다. 전국에서 대구만 시도하고 있는 사업이다. 문화예술 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를 비롯해 2016년부터는 영남청소년오케스트라, 부모와 자녀가 함께 만드는 가족오케스트라도 운영 중이다. 열다섯 가족 43명이 참여하고 있다.

동호회 활동으로 악기를 배우는 직장인과 공무원을 중심으로 시민오케스트라도 추진 중이다. 영남필하모니오케스트라라는 사회적 기업 덕분에 대구 곳곳이 오케스트라의 선율로 물들고 있는 셈이다. 대구는 지난해 유네스코 음악도시로 지정됐다.

2015년 설립 이후 3년 만인 지난해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회적 기업을 졸업하는 2년 후 자립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청년예술가들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최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우리 정서를 담은 예술교재도 제작하고 있다. 악기 교재는 대부분 번역본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적 정서를 담은 곡은 교재에 없다. 최 대표는 “어릴 때부터 외국곡만 연습하다 보니 음악을 통해서는 한국의 정신이나 역사를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며 “캐나다 국가는 있지만 애국가가 있는 교재는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국내 수많은 음대와 정부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작업이다.

최 대표는 “예술가의 경제적 자립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술가를 가장 고뇌하게 만든 문제였지만 오케스트라 사회적 기업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며 “시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행복한 도시 대구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