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올 하반기 상장사들의 실적이 작년보다 나빠지진 않겠지만 이익 증가폭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중국 중심의 글로벌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 교역량 감소와 국내 경기둔화 여파로 작년 같은 두 자릿수대 이익 증가율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란 진단이다. 미·중 간 무역갈등이 격화되면 기업 실적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8일 “미·중 간 무역분쟁이 하반기부터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며 “2년 넘게 호황을 누린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조선, 화학 등 수출 중심 기업의 이익 증가세가 꺾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김재중 대신증권 리서치&스트래티지본부장도 “미국의 잇단 무역 제재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면 반도체 등 한국 기업의 대중 중간재 수출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지난 6일 중국산 818개 품목에 25%의 고율 관세를 매기기 시작한 미국 정부는 향후 2주 내 전기자동차, 배터리 등 284개 품목에도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다만 올 2월 이후 달러당 1100원 밑에서 움직였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달 상승세(원화 약세)로 돌아선 것은 수출 기업에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이후 3.54% 올랐다. 지난달 28일엔 연중 최고치인 달러당 1124원20전까지 오르기도 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상반기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가 둔화된 건 원화가 강세를 보인 여파가 컸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기업의 수출 여건은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이 꼭 호재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김 본부장은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고 그 원인도 국내 경기침체 우려와 미·중 무역갈등에 있는 만큼 마냥 반길 일은 아니다”며 “환율의 급격한 변동은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내수 기업의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소비 침체로 가구, 통신, TV, 홈쇼핑 등 주요 내수 업종 기업의 매출이 줄줄이 감소하고 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내수 기업의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헌형/노유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