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이 27일(현지시간) 택배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28일 의약품 유통업체 필팩을 1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 여파로 뉴욕증시에서 물류업체인 페덱스와 UPS, 헬스케어 업체인 월그린, CVS헬스 등 아마존의 등장으로 새로운 경쟁 환경에 몰리게 된 9개 기업의 시가총액이 28일 하루 만에 200억달러(약 22조원)나 감소했다. ‘유통 공룡’ 아마존의 공격적 사업 확장이 관련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것이다.
'포식자' 아마존이 움직이자… UPS·월마트 시총 하루 새 6兆 증발
필팩은 하와이주를 제외한 미 49개 주 전역에서 의약품 유통 면허를 갖고 있다.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처방약을 배달하는 데 강점이 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미국 최대 의약품 업체인 월그린 주가가 10% 가까이 떨어졌다. 하루 동안 날아간 시가총액만 65억1000만달러에 달한다. CVS헬스는 43억4000만달러, 매케슨은 17억9000만달러가량 시가총액이 줄었다. 미국 의약품 시장은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한다. 그만큼 시장 규모가 크다. 다만 진입장벽이 높다. 대형 병원과 업체들이 수십 년간 제휴 관계를 맺고 있어서다. 이 시장에 아마존이 기존 의약품 유통업체를 인수하면서 경쟁이 심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관련 업체의 시가총액이 급감한 이유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늘 이후 월그린과 CVS의 기존 (기업가치) 평가는 (지나간) 추억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필팩 인수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아마존에 패배한 월마트도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30억4000만달러 줄었다.

반면 같은날 아마존의 주가는 2.4% 뛰었다. 이번 인수를 포함해 아마존이 올해 상반기 인수합병(M&A)에 쓴 금액은 약 20억달러에 달한다.

아마존은 전날에는 새로운 택배 사업을 한다고 발표했다. 1만달러의 초기 자금만 내면 아마존의 배달사업자가 될 수 있는 서비스다. 우체국이나 민간 택배업체에 의존하던 택배 중 상당 부분을 아마존이 자체 처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이날 UPS는 21억6000만달러, 페덱스는 8억2000만달러가량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아마존은 최근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유통업계의 포식자’로 떠올랐다. 지난해에는 137억달러에 홀푸드를 인수했다. 올 1월에는 시애틀에 계산원이 없는 무인 상점 ‘아마존고’를 처음 선보였다. 연내 6개 매장을 열 계획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