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와 공기업을 포함하는 공공부문의 수지(수입-지출)가 사상 최대 흑자를 냈다. 소득은 더디게 늘어나는데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으로 팍팍해진 가계살림과 대조적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부문 수지는 53조7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기존 사상 최대인 2016년의 47조7000억원 흑자를 1년 만에 넘어섰다. 공공부문 총수입이 815조원으로 1년 전보다 5.7% 증가했고, 공공부문 총지출은 761조3천억원으로 5.3% 늘었다. 공공부문 총수입과 총지출 모두 2007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였다.

총수입 증가율이 총지출 증가율을 웃돌아 공공수지 흑자가 커졌다. 일반정부 총수입이 역대 가장 큰 610조2000억원 기록한 영향이다. 조세, 사회보장기금 수입이 일반정부와 공공부문 총수입의 증가세를 이끌었다. 지난해 부동산 거래 확대, 취업자 증가, 임금 상승, 상장법인 실적 개선이 맞물리며 소득세와 법인세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소비 확대로 부가가치세수도 늘었다.

건강보험료와 같은 사회보장기금도 43조1000억원 흑자로, 전체 공공부문 흑자의 80.3%를 차지했다. 통상 선진국에선 사회보장기금이 공공부문 흑자를 줄이는 역할을 하지만 한국에선 반대다. 연금제도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늦게 시작한 편이어서 사회보장기금 지급보다 수입이 많아서다.

주체별로 보면 일반정부 흑자가 사상 최대인 48조7000억원으로, 공공부문 흑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융공기업은 5조5000억원 흑자를 냈다. 2014년 1조7000억원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비(非)금융공기업은 5000억원 적자를 냈다. 비금융공기업 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건 2014년 이후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에너지, 주택 관련 공기업의 투자 지출이 많이 늘어 수지가 마이너스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의 공공부문 흑자 비율은 3.1%로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스위스는 0.8%, 영국은 -1.8%, 호주 -1.7%, 일본은 -3.0%(2016년 기준)다. GDP 대비 일반정부 수지는 2.8%로 역시 일본(-3.5%), 영국(-1.8%), 덴마크(1.0%) 등 주요국보다 높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도 웃돌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