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막 한가운데 있는 건설 현장에서 ‘저녁 있는 삶’을 찾는 게 말이 됩니까.”(김기영 성창E&C 사장)

“넋놓고 앉아 망할 수는 없잖아요. 공장 해외 이전을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윤장혁 화일전자 사장)
기업 '週 52시간 포비아'… "6개월이라도 늦춰달라"
다음달 1일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시간 단축제도(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기업인들의 절절한 하소연이 터져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치면서 인건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이들은 “3~5년 뒤엔 가까스로 내던 영업이익마저 까먹고 적자 회사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장탄식을 쏟아냈다. 인건비가 싼 동남아시아 등지로 공장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법무법인 문까지 두드리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선 ‘근로시간 단축 포비아(공포증)’란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다”고 토로하는 기업인도 적지 않다. 그런데도 경제단체들은 제도 시행 열흘가량을 앞두고서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9일 “법 시행 후 20일로 예정된 계도기간을 최소 6개월로 늘려달라”고 고용노동부에 건의했다. 충분한 유예(계도)기간 없이 바로 단속과 처벌에 들어가면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자연재해 등에 한해서만 허용하는 ‘인가연장근로’(예외적인 연장근로 허용)의 확대도 요구했다.

기업들은 ‘뒤늦은 읍소’라고 냉소하는 분위기다. 정부 눈치를 보며 손 놓고 있다가 회원사들의 불만이 터져나오자 부랴부랴 생색내기식 건의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